美 '달러패권'에 도전장, 2022년 올림픽 이전 출시 목표
일각선 부정적 전망도…벌써부터 '가짜 디지털 위안' 나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물밑에서 '디지털 화폐' 개발에 나선 가운데 중국 정부가 최첨단 ICT 계획도시인 선전(深圳)에 이어 시범사업 지역을 대폭 늘리는 등 '디지털 위안'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보다 먼저 디지털 화폐를 본격 발행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앞서 중국 정부는 이달 선전에서 약 5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 결제 서비스를 시범 적용한 바 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뱅크 오브 차이나 본사 전경.

디지털 화폐란 돈의 금전적 가치를 전자적인 형태로 저장하고 거래할 수 있는 통화를 의미한다. 본래 이같은 '가상화폐' 중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대표적이지만,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이 직접 화폐를 발행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암호화폐와는 다르다.

가령 비트코인의 경우 분산 네트워크 환경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에 의한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가격 변동성도 매우 커 한 국가의 화폐로 쓰이기엔 부적합하다는 분석이 다수다. 하지만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관리감독을 하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주요국 중 가장 디지털 화폐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건 중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전에 디지털 위안화를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달 12일부터 18일까지 선전에서 열린 시범 사업에서 4만7573명의 참여자들은 876만 위안의 디지털 화폐를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선전뿐만 아니라 현재 베이징, 톈진, 상하이, 광저우, 충칭 등 주요 대도시를 포함한 28개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테스트할 예정이며 간편송금과 보안 강화 등 새로운 기능도 개발 중이다.

단순 결제 서비스와에 스마트폰을 밀착시켜 돈을 송금하는 기술 등 새로운 방식의 금융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무창춘(穆长春) 인민은행 디지털화폐 연구소 소장은 지난 23일 상하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미 해당 기술을 개발 완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통화 상용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 작업도 한창이다. 닛케이아시아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아직 디지털 화폐 발행 계획을 공식화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3일 디지털 위안화를 법정화폐로 바꾸는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외신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보다 법정 디지털 화폐 전략에 대한 태도가 유독 적극적인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자국 화폐의 지위와 관련 있다는 해석이다. 이미 ‘달러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새로운 분야인 디지털화폐 도입에 신중한 반면 ‘위안 패권’을 노리는 중국은 보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같은 중국의 디지털 화폐 전략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분석도 다수 제기된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을 시범 적용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벌써 '가짜 디지털 화폐'가 등장해 논란이 되는 등 위조, 보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무창춘 소장은 전날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현재 시장에 이미 가짜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이 출현했다"며 "지폐 시대와 마찬가지로 인민은행은 여전히 (화폐) 위조 방지 문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