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7년여만의 성과…국내 가공식품 중 단일 품목 최초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팔려… 제품 차별화로 현지 입맛 사로 잡아
CJ제일제당, "만두 이을 차세대 K푸드는 '잡채' '닭강정' '김'"

CJ제일제당 미국 법인에서 생산한 비비고 만두.

CJ제일제당(097950)의 비비고 만두가 글로벌 매출 1조원 돌파를 위해 순항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출시된 후 7년여만이다. 국내 식품회사가 출시한 단일 품목 상품이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농심 신라면, 오리온 초코파이 등 K푸드를 대표하는 장수 브랜드들도 넘지 못한 성과다.

올 1~8월까지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만두로 올린 매출은 7100억원. 이달까지 매출로만 지난해 한해 매출 868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CJ측은 올 초 비비고 만두의 매출을 1조1400억원으로 잡았으나, 이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1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CJ푸드(CJ제일제당 미국 법인)는 올 상반기 미국에서 가공식품 판매로만 1조718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1조833억원 대비 58.7% 신장했다. 비비고를 중심으로 한 CJ제일제당 미국 법인의 매출이 증가한 데다, 2018년 인수한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컴퍼니의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다.

인수 직후였던 2019년 1분기 슈완스의 매출은 2403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엔 7426억원, 2분기엔 72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 추세대로라면 CJ제일제당은 올해 미국법인에서만 3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비비고 만두 지역별 매출 추이.

비비고 만두는 CJ제일제당 미국 법인의 실적 중 30% 이상을 차지한다. 비비고 만두는 출시 3년 만인 2016년 미국의 1위 만두 브랜드 '링링'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고, 이후로도 매년 매출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3000억원대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미국 매출 4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비비고 만두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식 표현인 '만두(Mandu)'가 영어식 표현 '덤플링(dumpling)' 대신 현지에서 통용될 정도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를 냉동피자와 같은 세계적인 식품 카테고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2023년까지 비비고 만두의 글로벌 매출을 2조6000억원까지 끌어올려, 7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만두 시장의 30%를 점유하겠다"고 말했다.

비비고 만두는 어떻게 미국 시장을 장악했을까. 업계에선 비비고 만두의 성공 요인으로 공격적인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꼽는다. CJ제일제당은 미국 현지에서 수 년간 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해 비비고 만두 브랜드와 R&D, 제조기술을 차별화하는데 집중했다.

미국 홈쇼핑 채널에서 쇼호스트들이 비비고 만두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현지 시장에 맞춰 제품을 개발한 게 주효했다. 비비고 만두는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만두피가 얇고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강조해 '건강식(Healthy Food)'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한입 크기의 작은 사이즈로 편의성을 극대화했고, 닭고기를 선호하는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치킨 만두' 레시피를 개발했다. 특유의 향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선호가 엇갈리는 실란트로(고수)도 재료로 활용했다.

이와 함께 대중문화·스포츠 등과 연계한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썼다. CJ제일제당은 PGA 투어 정규대회 '더CJ컵'의 메인 스폰서로 4년간 참여 중이다. 특히 올해에는 제주 대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대회가 열린 것을 감안해 경기장 내 브랜드 노출과 가상 광고 등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한층 더 강화했다. 매년 열리는 KCON과 MAMA(Mnet Asian Music Award) 등 K팝 행사를 통해서도 비비고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에 이어 잡채와 닭강정 등을 차세대 K푸드 전략 상품으로 삼고 있다. 웰빙 건강식으로 알려지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김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서부 지역에 김 전문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최근 생산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한국과 미국의 다른 식문화를 고려해 반찬용 보다는 웰빙 간식으로 제품을 개발·생산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식 세계화 브랜드 비비고가 미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기회를 맞고 있다"며 "선진 식품 시장에서 글로벌 음식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한식 문화와 접목시킬 수 있는 메뉴를 개발, 미국 시장 내 아시안 냉동식품 넘버원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