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게임 사상 최고 출시 성적… 제작비 회수
매출 58% 해외서 거둬… 글로벌 영향력 보여줘
세계 모바일 게임 1~3위 사실상 중국계 차지
중국 게임사 미호요(Mihoyo)가 지난달 28일 글로벌 출시한 ‘원신(Genshin·原神)’이 출시 2주일만에 누적 매출 1억달러(약 1150억원)를 넘겼다. 중국 게임 사상 최고의 출시 성적이다. 원신의 등장으로 현 시점 글로벌 모바일 게임 매출 1~3위를 중국계가 차지하게 됐다. ‘중국 천하’가 열리며 한국 게임의 글로벌 시장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편이다.
13일 아시아 게임 시장 전문 분석기관 니코 파트너스(Niko Partners)는 "원신이 지난 10일 기준 글로벌 누적 매출 1억달러를 넘겼다"는 분석을 내놨다. 출시 후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매출 1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원신 제작비는 1억달러로 알려져 있다. 출시 13일만에 제작비 회수에 성공한 셈이다. 니코 파트너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중국 자체 지식재산권(IP) 게임 중 가장 성공적인 출시"라고 했다.
◇ "中 게임, 글로벌 모바일 매출 1~3위 독식"
원신은 제작 초기부터 일본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하 야생의 숨결)’ 표절 논란을 일으켰다. 출시 직후에는 ‘백도어(해킹 등을 위해 심어놓은 프로그램)’ 논란도 벌어졌다. 잡음에도 게임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높다. 종합 리뷰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원신 PC 버전 평점은 83점으로 준수한 편이다. 게임성으로 논란을 딛고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이다.
원신의 높은 매출은 글로벌 모바일 매출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모바일 앱 순위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원신의 이날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는 한국 3위, 미국 2위, 캐나다 1위, 일본 4위, 대만 4위, 싱가포르 1위, 홍콩 3위, 베트남 3위, 태국 3위, 영국 10위, 독일 2위, 프랑스 3위, 스페인 2위, 러시아 3위, 호주 2위 등이다. 글로벌 주요 지역에서 모두 매출 최상위권에 자리잡은 모습이다.
앞서 미국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는 원신이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일주일간 매출 6000만달러를 기록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텐센트의 ‘왕자영요(王者荣耀⋅영문명 Honor of Kings)’에 이은 글로벌 모바일 시장 매출 2위다. 왕자영요는 이 기간 매출 6400만달러를 기록했다. 3위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PUBG 모바일)로, 이 기간 매출은 5600만달러였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한국 게임사 크래프톤이 제작했지만, 센서타워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중국 텐센트 게임으로 분류한다. 크래프톤이 관계를 부정하고 있음에도, 텐센트가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화평정영(和平精英)’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같은 게임으로 보는 것이다. 5600만달러라는 수치 또한 두 게임 매출을 합산한 결과다. 사실상 중국계 게임이 글로벌 매출 1~3위를 독식하는 모습이다.
센서타워는 "원신은 매출 58%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중국과 해외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고, 출시한 주에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린 것"이라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화평정영)의 성공과 함께 중국 게임의 글로벌 영향력과 퍼블리싱 능력이 증대되고 있다는 상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 원신 매출 세계 1위 가능성도… 韓 게임 입지 좁아진다
실제 미호요가 원신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앞선 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두 조사는 원신의 모바일 버전 수익만을 집계하고 있다. 원신은 PC·모바일·콘솔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PC와 콘솔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현재 원신의 총 수익은 세계 1위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중국 게임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와중 한국 게임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센서타워 조사에서 글로벌 모바일 게임 매출 4위는 일본 mixi가 제작한 몬스터 스트라이크, 5위는 이스라엘 개발사 문액티브(Moon Active)가 제작한 코인마스터였다. 두 게임의 이 기간 매출은 각각 4000만달러와 2800만달러였다.
‘출신성분’ 논란이 있는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한국 게임은 2014년 출시한 컴투스 ‘서머너즈 워’가 마지막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 자체 IP 게임이 내수 시장에서 연이은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해외에서 인지도가 낮아 글로벌 진출에는 애를 먹고 있다"며 "중국이 막강한 개발력을 바탕으로 세계 게임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우며 한국 게임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