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 카페. 바리스타가 한 손으론 그라인더를 작동시켜 커피콩을 갈고 다른 한 손으론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그다음엔 분쇄된 커피 원두가 담긴 드리퍼(깔때기 모양 기구)를 유리병 위에 올려놨다. 그러곤 드리퍼 위로 주전자를 빙빙 돌리며 물을 부었다. 유리병으로 커피 추출액이 똑똑 떨어졌다. 3분 만에 드립 커피가 완성됐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다 내린 후엔 종이 필터와 원두 찌꺼기를 버리고 드리퍼 세척까지 끝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전체 과정을 반복했다.
이 커피를 만든 바리스타는 사람이 아닌 로봇. 중국 로봇 제조사 오리온스타(獵户星空 례후싱쿵)가 개발한 로봇 바리스타 ‘즈카다스(智咖大師·스마트 커피 마스터란 뜻)’다. 커다란 흰 몸체에 두뇌, 눈(카메라), 두 팔이 있다. 두 팔은 각 6개 축으로 이뤄져 있어 꺾고 회전하는 동작이 자연스럽다. 집게 형태의 양손은 물체 모양과 무게에 따라 힘을 조정해 정밀하게 물체를 잡고 내려놓는다. 이 로봇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을 3000시간 학습해 드립 커피 내리는 법을 익혔다고 한다.
로봇 바리스타는 지치지 않는다. 전력만 공급되면 하루 24시간 쉼없이 일할 수 있다. 효율성이 사람보다 높은 편이다. 커피 맛도 기복 없이 늘 일정하다.
지난달 25일 만난 리팅 오리온스타 부사장은 "사람이 커피 100잔을 직접 손으로 내리면 힘들고 지겹겠지만, 로봇은 그렇지 않다"며 "로봇 바리스타가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동안 사람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등 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로봇 바리스타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비접촉 서비스가 중요해지면서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베이징 허성후이 쇼핑몰 1층에서 로봇 바리스타가 손님을 맞고 있다. 소비자는 로봇 바리스타 옆에 세워진 별도 기계에서 주문하고 커피를 받아갈 수 있다. 인간 직원과 마주칠 필요도 없다. 351년 역사의 중약방 동인당(同仁堂·퉁런탕)이 올해 베이징에 낸 퓨전 카페 ‘즈마젠캉(知嘛健康)’에서도 로봇이 매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두 팔을 분주히 움직였다.
오리온스타의 모회사인 중국 인터넷·AI 기업 치타모바일(獵豹移動 례바오이둥)은 로봇 바리스타가 공항 라운지, 호텔, 사무용 대형 건물, 전시장 등에서 사용될 것으로 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로봇은 주로 공장 등 제조산업 분야에서 쓰였다. 지금은 쇼핑몰, 식당, 병원 등에서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는 서비스 로봇 활용이 늘고 있다. 현재 판매 가격은 6만8650달러(약 7900만 원) 수준이다. 인건비 절감 효과도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푸성(傅盛) 치타모바일 최고경영자는 "특히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며 산업계에서 사람 간 접촉을 줄이는 서비스 로봇 도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커피 로봇도 아직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라인더에 커피 원두를 넣는 것이나, 드리퍼에 새 종이 필터를 끼우는 것은 혼자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