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對中 전략, 트럼프와 상당부분 비슷
'중국=파괴적 경쟁자'라는 트럼프式 해석 인정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 단기적으론 폐지 신중할듯
인권·기후변화까지 中 광범위한 변화 요구 가능성
바이든이 강조하는 동맹 강화도 中엔 불편
8월 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캠프가 발칵 뒤집어졌다. 바이든이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과의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재평가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미국 주요 언론이 "바이든이 관세 폐지를 공언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 해프닝은 미국 언론의 바이든 해석법을 보여준다. 상원의원 시절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입성을 돕고, 중국을 미국이 이끄는 세계질서에 편입시키려 했던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 간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이 당연히 친중(親中) 행보를 이어갈 거란 공감대가 미 언론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동시에 대중(對中) 전략을 둘러싼 바이든 캠프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미국 내 반중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친중 이미지는 선거 전략에 마이너스다. 바이든은 중국의 경제적 급부상을 견제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 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중국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에 훨씬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역 성과를 얻기 위해 때로는 중국을 위협하고, 때로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일관된 목소리로 중국에 변화와 개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 폐지 신중할 듯
바이든의 무역정책은 상당부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닮아있다. 지난 7월 공개한 제조업 육성 계획에선 중국을 무려 10번이나 언급 했다. 언급한 해외 국가는 러시아(3번)를 포함해 두곳 뿐이다. 그는 바이든은 "중국과 같은 국가에 대한 전세계의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10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중국으로부터 되찾아오겠다"고 강조했다.
같은달 공개한 민주당 정강정책 보고서에서도 대중 강경 노선을 택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의 부당한 환율조작과 덤핑, 불공정한 보고금과 무역관행, 국유기업 남용 행위를 미국에 위협이 된다고 규정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고 했다.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과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선 더 강경하게 나서겠다고도 했다.
바이든 캠프의 외교안보 정책 자문을 하는 제이크 설리번, 커트 캠벨, 엘리 래트너 등은 최근 기고나 인터뷰를 통해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국의 위협이 과소 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들은 대부분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바이든과 인연을 맺어왔던 사람들이다. 중국을 '파괴적인 경쟁자'로 규정한 트럼프식 해석 만큼은 인정할 만 하다고 본다.
블룸버그는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아시안무역센터의 데보라 엘름스 상무는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관세 폐지에 훨씬 신중할 것"이라며 "관세 수입이 예산에 잡히기까지는 일정시간이 걸린다. (관세 폐지로 인한 빈자리를) 상쇄할 것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트럼프가 눈감았던 인권까지 中 변화 요구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경제 성과를 내기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인권 문제나 기후변화와 관련해선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은 반면 바이든은 당선되면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의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겐 더욱 위협적인 인물이 될 수 있다.
전세계가 비판하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시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이슬람교도 수용소 건설 계획에 대해 "옳은 일"이라고 지지를 표명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폭로했다. 당시 미중 무역협상을 미국에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인권 문제에 눈감았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대 시인홍 국제관계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바이든이 (미중 관계에) 더 나을 것이란 착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했던 무언가나 군사 대치 위험을 제기하면서 중국에게 더 강경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외교협회의 리처드 하스 회장은 "누가 당선되든 간에 미국의 대중 정책은 앞으로 5년 간 이전보다 더 강경해질 것이다. 중국이 바뀌었기 때문에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생각도 달라졌다"며 "바이든 당선 땐 오히려 미중 대립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바이든, 美 동맹 복원 강조…분열로 득 본 中, 불편
바이든이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과의 관계 복원을 공약한 것도 중국엔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뿐 아니라 유럽, 한국, 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국과의 관계도 악화시키면서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리더로서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분열적 리더십은 반(反)인권 행위나 기후 변화와 관련한 국제 공조를 어렵게 해 중국 공산당에 득이 된 측면도 있었다.
중국 공산당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광고 같은 것이었다고 케빈 러드 호주 전 총리는 NYT에 말했다. 그가 취임한 뒤 미국에서 벌어진 혼돈과 분열, 그리고 코로나 대응 실패와 같은 것들이 중국의 일당 독재 체제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바이든 캠프는 동맹 강화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한국, 브라질, 캐나다, 유럽 등 동맹국의 알루미늄과 철강에 부과했던 관세를 폐지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중국의 정치 분석가 우창은 SCMP에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중국 정책을 이끄는 독특한 개성이 부족하고, 결국 미국 양당의 합의를 대표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므로 중국은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선호할 것"이라며 "바이든은 동맹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계획인데 니는 트럼프가 지난 4년 간 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