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6년 지났지만 '전 국민 호갱 만드는 법' 전락
여 "추가지원금 상향과 분리공시제로 개선"
야 "실패한 법안, 보완보다는 전면 폐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 6년 만에 ‘계륵’으로 전락했다.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유통망의 불법 영업 등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간 가격 차별을 방지한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다 같이 비싸게 산다’는 비판과 함께 ‘전 국민 호갱(호구+고객) 만드는 법’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단통법 개정·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는 반면 정부와 여당은 폐지 대신 보완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상가 전경.

단통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맞춰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의 의뢰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됐다. 통신사간 과다 경쟁을 억제하고, 중저가 요금제 확대로 가계통신비를 줄인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소수의 소비자들만 단말기 가격 혜택을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단통법으로 단말기 가격과 실제 가계통신 비용이 낮아졌다는 근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단말기 구매가격의 상향평준화와 함께 통신사들의 수익성 개선만 도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가계통신비는 월 12만3000원으로 2018년(월 13만4100원) 대비 8.3%(1만1000원)가 줄었지만,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통신비가 비싸다고 생각한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이 단통법 도입 이후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못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이철원

이는 중저가 요금제 및 선택약정할인율 확대에도 불구하고 단말기 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실제 최근 5년(2016~2020년)간 고사양 스마트폰 가격이 많게는 60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출시된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은 200만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단통법 이후 나타난 유통구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취임사를 통해 "단통법은 시장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용자 후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새롭게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거론되는 개정안에는 이동통신 회사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가입유형에 따른 공시지원금 차등을 허용하고, 유통망의 추가지원금 법정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달 들어 김승원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0인과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3인은 각각 지원금 분리공시를 통한 단말기 제조사 장려금 공개 조항을 추가하는 단통법 개정법안을 발의했다.

분리공시는 소비자가 통신사로부터 받는 휴대폰 지원금 가운데 단말기 제조사가 제공하는 장려금과 통신사 재원이 각각 얼마나 포함되는 지 분리해 알려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말기 출고가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게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단통법 폐지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국민이 휴대전화를 비싼 가격에 사도록 만들고 있는 단통법을 폐지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필수 규정만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절차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김영식 의원실이 단통법 시행 이후 주요 플래그십 스마트폰 구매비용을 분석한 결과, 구매비용 부담이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고가는 크게 늘었지만 이통사 단말기 지원금은 줄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현행 단통법은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과 ‘이용자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미달했다"며 "실패한 단통법을 보완하기보다는 전면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조명희 의원(국민의힘)도 "그동안 가계통신비 인하정책은 통신서비스 요금 인하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며 "상승하는 단말기 가격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