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남용행위 과징금 정액한도 ‘5억→10억원’ 증액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갑(甲)질’로 대표되는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에 대해 위반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리는 법안이 제정된다. 과징금 부과를 강화하는 대신 형사처벌은 최소화된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면서도 플랫폼 기업의 혁신역량을 후퇴시키지는 않겠다는 의도에서다. 또 자진시정 제도인 동의의결을 활성화해 자율적인 상생협력이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마련해 이날부터 11월 9일까지 40일 간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에 나선 것은 플랫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데 따른 소비자의 피해사례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그간 12차례의 업계 의견 청취,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온라인플랫폼 거래 분야의 투명성‧공정성 제고에 중점을 둔 법 제정안을 마련했다.
법안에는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일정규모 이상 플랫폼사업자에 대해 ▲필수기재사항을 명시한 계약서 작성‧교부의무 ▲계약내용변경 및 서비스 제한‧중지‧종료시 사전통지 의무를 부과하고 ▲기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금지조항 플랫폼산업에 맞춤 적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적용 대상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보제공, 소비자로부터 청약접수 등의 방식으로 계약관계에 있는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 상품용역 거래를 알선하는 서비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대표적으로 오픈마켓, 배달앱, 앱마켓, 숙박앱, 승차중개앱, 가격비교사이트, 부동산·중고차 등 정보제공서비스, 검색광고서비스 등이 해당한다.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입점업체 중 매출액이나 중개금액이 일정규모 이상인 사업자다. 공정위는 매출액과 중개금액 기준을 각각 100억원과 1000억원 이내에서 법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또 플랫폼 거래는 국경 간 경계 없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 입점업체와 국내 소비자간 거래를 중개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소재지 및 설립시 준거법률에 관계없이 적용한다. 해외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역외 사업자들에게도 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우선 거래관계 투명성·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계약서 작성 및 교부의무를 부여하고, 주요 항목은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또 플랫폼 사업자가 계약내용을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제한·중지·해지하는 경우 사전통지하도록 했다.
기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행위도 플랫폼 산업 특성에 맞게 구체화해 적용한다.
아울러, 연성규범인 표준계약서 도입과 상생협약 체결의 근거를 마련하고, 플랫폼에 특화된 분쟁조정협의회를 운영하도록 했다.
이번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의 주된 특징은 과징금 부과를 강화하되 형벌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법위반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과징금 한도는 법위반 금액의 2배, 정액과징금 한도는 10억원으로 늘렸는데, 이는 기존의 2배에 달한다. 단 형벌은 금지 행위 중 가벌성이 높은 보복조치 행위, 시정명령 불이행 등에 대해서만 부과한다.
기업의 자진시정을 통한 신속해결을 위해 동의의결 제도도 도입했다. 동의의결이란 법 위반 혐의가 있지만 위법성을 따지지 않는 대신 기업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이행해 사건을 신속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플랫폼 입점업체 대부분이 소송을 통한 피해구제가 어려운 소상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법정공방에서의 시간 낭비보다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피해구제를 택한 것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신산업인 플랫폼 분야의 혁신이 저해되지 않으면서도 실효성 있는 법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율체계를 균형감 있게 마련했다"며 "과징금을 강화하되 형벌 도입은 최소화하고 동의의결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관계부처, 이해관계자 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