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의 일부 앱 수수료 인상 문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더니 급기야 정부까지 나서서 공정경쟁 관점에서 이를 조사하겠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의 기본적인 전제는 "독과점 사업자는 1) 가격 정책 등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면서 다른 시장 참여자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 또한 독과점 사업자는 2) 그 힘을 기반으로 후발 사업자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음으로써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구글플레이 같은 플랫폼도 유사하게 시장 독과점 사업자로서 공정 경쟁 관점에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20년 넘게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 변화를 살펴본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 볼 때, ‘디지털 생태계를 전통적 규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라는 의견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디지털 플랫폼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산업과 달리 시장의 독과점 지배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 자체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경쟁자가 진입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기존의 사업자들은 플랫폼 유지를 위해 플랫폼 참여자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친화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의 전통 시장에 대형 마트가 들어간다면 기존 상권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지배적 사업자가 달라진 지역에 새로운 마트가 들어온다고 해도 시장 지배력이 변화하기는 쉽지 않다. 이렇듯 오프라인에서 경쟁은 네트워크 효과 이외에도 특정 지리적 공간처럼 후발 주자가 경쟁하기 쉽지 않은 요소가 있다.

반면, 디지털 플랫폼은 가상 공간 상의 경쟁이다. 후발 주자도 네트워크 효과를 제외한다면 상대적으로 시장 경쟁이 용이하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사례를 알고 있다. 한국 인터넷의 절대 강자인 네이버와 유튜브의 경쟁의 변화를 보자. IT 무게 중심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부상한 위챗 등 시장 지배적인 메신저의 변화는 어떠한가.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10년 이상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플랫폼은 그리 많지 않다. IT 운영 체제 30년간의 역사는 늘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다. 모두 진입 장벽이 현저하게 낮은 디지털 플랫폼의 특수성 때문이다.

핵심은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정책 변경에 의해 앱 개발자가 떠날 것인가에 있다. 즉 구글이 스스로 10년 넘게 투자한 앱 생태계를 스스로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구글 이외의 대안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는 심지어 전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이다. 삼성이 운영하는 갤럭시 스토어 역시 애플, 구글과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 정책을 갖고 있다. 이통3사와 네이버가 참여하고 있는 원스토어는 이들보다는 저렴한 수수료를 요구한다. 차이는 플랫폼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지,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지일 뿐이다. 이처럼 시장에는 앱 개발자들이 플랫폼을 선택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반영한 경쟁자가 존재한다.

둘째,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라는 플랫폼 기반 생태계에서 개발자의 선택이 중요하다. 구글플레이는 개발자와 소비자가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하는 온라인 시장이다. 시장은 누군가를 강요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글은 10년 넘게 수십조원단위로 투자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수익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연 매출 100조원 규모의 구글에게 구글플레이는 핵심이 아니다. 또한 구글은 생태계에서 개발자와 동업 관계이다. 그들은 애플과 생태계 수준에서 경쟁하고 있다.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 앱 개발자의 참여는 절대적이다. 이들이 없는 생태계는 무의미하다. 한편 앱 개발자 입장에서도 그들이 활약할 안정적인 생태계가 없다면 비즈니스를 지속하기 어렵다. 구글이 애플의 앱스토어와 동일한 수준의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개발자의 입장에서 수용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떠나가기 때문이다. 앱 개발자는 일반적인 제조업자가 아니다. 이것은 전통 산업의 제조업자와 유통업자 관계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한 파워 게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오히려 우리가 플랫폼 기업에게 주목해야 할 관점은 경쟁자의 진입이 불가능하도록 지배적 사업자가 권한을 남용하는가에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플레이만을 설치하도록 강요하는가 여부다. 생태계의 핵심적인 참여자가 대중의 이익을 해칠수 있는 담합을 하지 못하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오픈 소스라는 기술 플랫폼은 이런 강요를 하기 힘든 구조이다. 전세계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은 중국이지만 최근 중국 제조사에게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구글 자신이 아니다.

공정경쟁의 핵심은 시장 참여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게임의 규칙이 유지되는가에 있다. 따라서 이미 다양한 참여자가 상호간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운영되는 생태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IT 생태계 참여자들이 정부 개입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