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추석 연휴를 앞둔 21일부터 택배물류 작업을 거부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우정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물류 폭증이 우려되는 추석명절을 앞둔 택배기사들의 분류작업 거부는 곧 집배원들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택배기사들의 파업이 노-노 갈등으로 점화되는 모양새다.
18일 전국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이번 택배분류 거부에 나서는 택배 근로자는 전국 4000여명이다. 앞서 전날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전국 택배 근로자 4399명을 대상으로 한 분류작업 거부 투표를 펼쳐 4160(95.7%)의 찬성을 얻었다고 밝혔다.
‘거부’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분류작업이 멈추면 배송 흐름도 막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파업으로 여겨진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전국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파업은 아니고, 분류작업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배송은 멈출 개연성이 높지만) 우리가 파업을 한다는 결정은 아니기 때문에 용어는 분류작업 거부가 맞는다"고 했다.
파업에 나서는 택배기사 규모는 5만명으로 추산되는 전국 근로자의 10%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사기업 소속 택배기사는 3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우정사업본부(우체국)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인 물류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체국 택배는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우정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추석명절과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택배물량이 폭증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집배원은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배달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택배노조(민주노총)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이유로 분류작업을 거부하는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전국우정노조는 "이를 바라보는 집배원은 분노가 끓어오른다"며 "가장 바쁜 명절시기에 택배노조가 파업하면 미처리 물량이 모두 집배원에게 전가돼 노동강도가 과중될 것이고, 이는 집배원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이상 집배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이어 "전국우정노조는 택배노조의 파업 여파가 집배원에게 전가되는 무책임한 행태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은 전날 CJ대한통운과 롯데, 한진 등 대형 6개 택배물류사와 간담회를 갖고 이번 추석연휴에 택배분류와 배송 지원 인력 등 하루 1만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택배 시장을 절반쯤 점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를 추가 투입하고, 기존 택배기사들에 물량을 분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2만명의 택배기사 가운데 5% 수준인 1000명쯤이 분류작업 거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타 업체도 작업 인력 증원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우정사업본부도 21일부터 16일간을 추석 명절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해 분류작업 등에 하루 평균 3000여 명을 임시로 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분류작업을 거부한 택배노조 측의 부족 인원을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책위 측은 정부와 업체 측의 인력 충원이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집행위원장은 "실제 투입하는 건 6개 택배사, 2000명에 불과하다"며 "해마다 한시적으로 택배사들이 명절 물량이 폭주할 때 충원하는데, 우리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어서 현격히 부족하다"고 했다.
진 집행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도 우체국 택배만 예년 수준을 반복해 발표하고 있다"며 "우정사업본부가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면 결국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우정사업본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결과는 예정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