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고태봉 센터장 "테슬라, 신드롬 아닌 현실…국내 기업 힘 합쳐야"

입력 2020.09.17 06:00

"현대자동차와 삼성, LG, SK 모두 힘을 합쳐야죠. 미래 자동차 산업 먹거리 확보에 있어서 실수하거나 실패할 시간도 없습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6일 "앞으로 차 산업은 개인의 이동뿐 아니라 물류까지 확대되는 모습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친환경·자율주행차 또는 도심항공운송수단(UAM·Urban Air Mobolity)이 24시간 내내 움직이며 출퇴근·화물용 등으로 두루 쓰인다는 것이다.

이같은 미래차 시대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업체로는 테슬라가 꼽힌다. 토마스 울브리히 폴크스바겐 e-모빌리티 총괄임원은 "테슬라는 매우 인상적인 전기차 업체로, 10년 앞선 경험으로 우리에게 늘 자극을 준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고 센터장은 "테슬라는 전기차 시대를 앞당긴 '게임체인저'가 맞다"며 "이제는 자동차 회사가 아닌 플랫폼 업체로 봐야 한다"고 했다. 사람의 이동과 물류 산업이 혼재된 미래 차 산업에서 어떻게 수익을 확보할지 구체적인 계획까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또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 차 산업 모습이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테슬라는 이미 이를 어느정도 완성했고 향후 2~3년 안에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고 센터장은 자동차·타이어 섹터에서 수 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된 전문가다. 다음은 고 센터장과의 인터뷰 전문.

테슬라 모델3. /조선DB
-테슬라에 대해 '거품이다' 또는 '게임체인저다' 상반된 시각이 있다.

"게임체인저가 맞다고 본다. 테슬라가 처음으로 차를 내놨을 때만 해도 배터리 밀도가 이렇게까지 높아질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당시 나왔던 미쓰비시 아이미브(i-MiEV) 같은 차는 에어컨을 틀면 배터리가 50%, 와이퍼를 작동하면 10%씩 소모되고는 했다. 그런데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 7700개를 모아 차에 탑재하는 시도를 하면서 주행 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배터리 무게도 처음엔 700kg이 넘던 것을 540kg까지 줄였다. 아직 무겁긴 하지만 이같은 시도를 통해 자동차 업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본다."

-배터리 밀도를 높인 차를 내놨다는 것 만으로 게임체인저라고 볼 수 있나.

"그간 자동차 업체들은 '끝내주는'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간절함은 없었다. '기업평균연비규제제도'(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CAFE), 'ZEV'(Zero Emission Vehicle) 같은 친환경차 규제에 맞추기 위해 막연하게 준비해오긴 했지만, 모터쇼에서 우리 회사가 이런 기술을 갖고 있다고 보여주는 정도에 그쳤던 것이다.

그런데 테슬라가 이같은 차를 내놓으면서 자동차 업체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기차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위험하다'는 등의 편견을 테슬라가 모두 깬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상하이로이터연합뉴스
-오는 22일 배터리데이에선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배터리 가격이 얼마만큼 떨어지느냐다. 배터리 가격이 1킬로와트시(kWh) 당 1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 내연기관차와 총소유비용(TCO)이 같아지게 되는데, 이번 배터리데이에서 테슬라가 이를 80달러까지 낮췄다고 발표할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전기차 시대를 더 앞당길 수도 있다.

테슬라가 중국 CATL과 공동개발한 '100만 마일'(160만㎞) 배터리를 선보일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1년에 1.6만~2만㎞ 가량 주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거리만 따졌을 때 100년 가까이 탈 수 있는 수치다. 이 정도라면 승용차 판매보다는 '구독'을 고려했다고 봐야 한다."

-테슬라가 구상하는 차량 구독은 어떤 방식일 것으로 보나.

"테슬라는 이미 3년 전부터 '테슬라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했었다. 일종의 전기차 공유 서비스다. 특히 사이버트럭을 보면 차체가 스테인레스 재질인데, 잘 굽혀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 차 모양이 투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스테인레스 차체에 100만 마일 가는 배터리를 장착하고, 이 차가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된다면 24시간, 365일 내내 돈을 벌어오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셈이다."

-차가 스스로 돌아다니는건 먼 미래 이야기 같은데.

"테슬라는 2022년이 목표라고 했었는데 지금 어느정도 성공한 상태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을 생각하면 먼 미래의 일이 절대 아니다.

오토파일럿의 핵심은 도조 시스템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차 스스로 학습하는거다.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하려면 차를 계약할 때 개인정보 사용에 동의를 해야 하는데, 결국 주행 중 내가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테슬라에 수집된다.

이미 상반기에 모델3가 한국에서만 7000대 팔렸다. 한국에서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거다.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자율주행차에선 통신도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테슬라가 스페이스X에서 통신 위성을 띄우고 있다. 한 번에 60개씩, 올해 이미 5번 쐈다. 비용은 1만2000개 쐈을 때, 개당 25~30만불 수준이다.

실시간으로 통신이 돼야 레벨 4, 5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데, 5G의 경우 직진 속성이 강해 빌딩 사이에서 난반사가 되는데다 위로 올라갈수록 느려진다. 이 때문에 테슬라가 6G 시대를 대비해 자체적으로 위성 인터넷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커넥티비티 '끝판왕' 아닌가. 전 세계가 커버되니까 아프리카에서 차를 팔아도 OTA(Over The Air)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결국 미래에는 누가 모빌리티 플랫폼 주도권을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처럼 들린다.

"맞다. 그리고 이미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닌 플랫폼 기업이 됐다고 봐야 한다. 미래에는 모빌리티와 물류가 혼재되는 형태가 생길텐데 테슬라는 여기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 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다 서있다.

미래에는 차의 형태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차끼리 충돌할 일이 없기 때문에 충격을 흡수할 보닛과 트렁크를 아예 없애버려도 된다. 결국 출퇴근할 때는 승용차로, 이외에는 카고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탈착식 변형이 가능해질거다. 테슬라는 이미 이런 형태의 차를 공개한 적도 있다."

-대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경쟁해나가는 모양새다. 국내 기업들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다고 보나.

"우선 현대자동차와 삼성, LG, SK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현대차와 SK가 배터리 협업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 LG 역시 배터리뿐 아니라 모터, 인버터 등을 잘 만든다. 삼성은 통신 모듈과 이미지 센서 등에 강점이 있고 전고체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의 미래 포트폴리오가 자동차 50%, PAV(Personal Air Vehicle) 30%, 로보틱스 20%가 될 것이라고 했었는데, 여기에 다 필요한 기술들인 셈이다.

각 회사 실무진을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서로 '저 회사가 우리를 안써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은 정말 힘을 합쳐야 할 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오른쪽부터)이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SK 공동 제공
-개인용 비행체 PAV(Personal Air Vehicle)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동차 업체들이 왜 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 사업까지 뛰어드나.

"우선 전기차와 UAM의 기반 기술이 같다. 쉽게 줄여 말하면 모터와 배터리만 있으면 된다는거다. 기술 자체가 어렵진 않아서 배터리 밀도가 높아지면 다 가능해진다.

특히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하는게 유리한데, 현재 배터리로 30분 비행할 수 있다면 수소는 4시간 가능하다. 전고체배터리를 UAM에 탑재하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를 2027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대차가 UAM 상용화를 하겠다고 한 시기가 2028년이다. 만약 삼성이 전고체배터리를 현대차에 납품하게 된다면 UAM 중 전고체 배터리를 쓸 수 있는 최초의 회사가 될 수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UAM에 대해 2040년이 되면 1조50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10대 산업 안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래서 우리가 이를 미래 먹거리로써 놓치면 안된다는거다. 실수해서도, 실패해서도 안된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가 올수록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게 될 텐데.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 부품은 3분의 1 이상, 자율주행차는 2분의 1 이상 줄어든다. 게다가 2030~2040년이 되면 내연기관차는 절반 이상 사라질 것이다.

지금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지나치게 선심을 베풀면 부품사 뿐 아니라 자동차 업체도 망한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필요 없는 부품사들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부품업체들은 남겨서 살아남게 하고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해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게 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제시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모빌리티 환승 거점(Hub) 등 3가지 모빌리티 솔루션./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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