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대구‧세종 포함 13개 시‧도 코로나19 항체 보유율 0.07%"
5000만 한국인 중 3만5700명 감염 추정 해석… 숨은 감염자 1만 3000명?
전문가 "감염 불분명 환자 급증 수도권 유행 이전 조사⋅표본 적어 조사 한계"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민들의 혈액 속에 존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가(抗體價) 유무를 조사한 결과, 잔여 혈청 1440건 중 항체 및 중화항체 양성반응은 1건으로 조사됐다고 14일 밝혔다. 항체 형성률은 0.069%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성 감염병에 걸린 뒤 완치되면 몸 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된다. 항체 형성 여부를 알아보는 항체가 검사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완치됐지만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지나간 환자를 포함해 전체 실제 환자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전국민(약 5178만명) 중 3만5730여명이 감염됐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결과다. 현재 누적 감염자 2만2285명을 제외한 1만3000여명의 숨은 감염자가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사 대상 숫자가 적은데다 숨은 감염자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도권 유행 이전에 조사한 결과라 이번 조사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신규확진 176명으로 9일째 1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한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2차 조사 때는 지난 7월 발표된 1차 조사결과에서 제외됐던 대구, 세종, 대전 등을 포함한 전국 단위 항체양성률이 집계됐다. 성별로는 남성 650건(45.1%), 여성 790건(54.9%)이 조사대상이 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권에서 424건(29.4%)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39건(16.6%), 대구 145건(10.1%), 대전 104건(7.2%), 세종 52건(3.6%) 등이 포함됐다. 연령대 별로는 40대가 가장 많은 248건(17.2%), 50대 246건(17.1%), 60대 220건(15.3%) 순이었다.

우리나라 항체보유율(약 0.07%)은 미국 뉴욕시(21.2%)나 영국 런던(17%) 등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전체 국민 가운데 아직 확진자로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숨은 감염자가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결과는 최근 발생한 감염경로 불명의 확진자 증가 사태를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가 재확산되자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 비율이 12일 연속 20%대를 기록할 정도로 숨은 감염자가 전국적으로 누적돼 있다고 밝혀왔다.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 비율이 24%까지 치솟은 수도권의 유행은 8월 14일 이후 본격화했는데 이번 조사는 그 직전인 13일까지 수집한 검체만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샘플의 대표성이 중요하다"며 "조사 대상 수가 부족하고, 시기도 수도권 유행 전이어서 조사의 한계가 명확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감염 불분명 환자가 전국적으로 누적돼 있다는 정부의 설명과 어긋나는 결과가 나오자 발표를 미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질본은 앞서 지난 8일 "대구·대전·세종 지역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에게 수집한 혈청 1440건에 대한 2차 항체 조사 결과를 10일 오후 2시 10분 정례 브리핑에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가 10분 전 돌연 이를 연기했다.

질본이 다시 발표 일정을 연기하고 새 발표 시점을 비교적 주목도가 낮은 주말(토요일)로 밝히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1차 발표와 마찬가지로 항체가 나온 게 1~2건에 불과해 발표가 연기됐다"는 말도 나왔다. 급기야 발표시점은 월요일인 14일로 다시 연기됐다. 당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발표 연기를 두고 "전문가들과 (발표전)검토회의를 비대면으로 하다보니 참여자수가 적었다"며 "(발표연기가)조사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고 해명한바 있다.

앞서 올해 4월21일부터 6월19일까지 실시한 1차 국민건강영양조사 과정에서는 남은 혈청 1555건, 지난 5월 서울 서남권 내원 환자로부터 수집한 검체 1500건 등 3055건을 대상으로 항체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서남권 검체 1건에서만 양성 반응이 나타나 항체 형성률은 0.03%에 그쳤다.

한편 방역당국은 항체 조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집단 발생 지역인 대구, 경산 지역의 일반인 및 의료진 등 3300명과 전국 단위의 지역별 항체보유율 확인을 위한 군 입소 장정 1만명, 지역 대표 표본집단 1만명의 항체 조사를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