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294870)(현산)의 아시아나항공(020560)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체제로 돌입하고 2조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투입된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1일 오후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노딜)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9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최 부행장은 "채권단은 최근 경영진 면담을 통해 현산 측이 우려하는 바에 대해 논의했고, 지원방안과 의지를 전달하는 등 거래 성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현산 측은 재실사 후 거래 종결 논의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를 감안하더라도 현산의 요구는 과도할 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M&A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작업에도 중대한 차질이 예상돼 금호측과 협의,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산은 등 채권단은 기안기금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할 방침이다. 최 부행장은 "정부와 협의해 정상화 계획을 마련, 기존에 결의한 금융지원은 물론 기안기금에서 2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크레딧라인을 지원하는 등 금융지원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시장 여건과 회사 상황이 개선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재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안기금 투입 이후 채권단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6.99%를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는 금호산업이 아닌 채권단이 된다.

채권단은 경영 컨설팅을 통해 아시아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선 조정과 원가 절감, 조직 개편 등 세가지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컨설팅 과정에서 에어부산(298690)과 에어서울 등 자회사 분리 매각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 부행장은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안기금 지원되는 만큼 당장 인력 구조조정은 급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기안기금 지원 조건에는 ‘6개월간 고용 총량 90% 유지’가 포함돼 있어 당장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고속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4월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지분 45%를 담보로 채권단으로부터 1300억원을 차입했다. 당초 올해 4월 아시아나 매각대금으로 이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아시아나 매각이 지연되면서 상환에 실패했다. 금호고속은 현재 보유자산 대부분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했고, 코로나19 여파로 실적도 악화되고 있어 이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

최 부행장은 "금호고속에 대한 간략 실사를 진행해보니 9월말까지 1100억원, 연말까지 4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주주와 회사, 종업원 등의 철저한 고통분담을 전제로 금호고속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 특별약정을 통해 금호고속도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