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의존도 높은 TSMC, 화웨이 주문 중단에도 역대 최대매출 잇따라 경신
2030년 파운드리 1위 노리는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 3분기에 더 벌릴 듯
전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올 8월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지난 6월에 이어 월별 최대 매출 기록을 다시 세운 것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도 TSMC가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1위’ 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모습이다.
11일 TSMC는 8월 매출 1220억대만달러(약 4조95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지난 7월보다는 15.8% 늘어난 수치다. TSMC의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매출은 8500억대만달러(약 34조51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30.7% 증가했다.
TSMC는 올해 들어 수차례 월 최대 매출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매출 1208억대만달러(약 4조9000억원)를 올렸다. 작년 6월보다 40.8%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지난 7월 매출이 1059억대만달러(약 4조3000억원)로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함께 전해진 TSMC의 매출 감소에 업계 일각에선 하반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메모리 수요가 줄어든 만큼, 시스템 반도체 수요 또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TSMC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제재안에 따라 5월 이후 화웨이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고, 9월 15일부터는 화웨이에 반도체 납품을 못 한다"고 밝히자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화웨이는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TSMC에 위탁생산을 발주하고 있다.
TSMC가 8월 매출 반등에 성공하며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대한 우려는 불식된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 물량이 5월 이후 끊겼지만 여전히 (다른 고객사로부터의)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TSMC는 화웨이 외에도 AMD·애플 등 대형 고객사와 거래하고 있다. AMD는 10월 PC용 ‘젠(Zen)3’ CPU(중앙처리장치)와 라데온 RX6000시리즈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애플은 신형 맥(Mac)에 들어갈 ARM 기반 CPU와 아이폰12용 ‘A14’ 모바일AP를 TSMC에서 제조한다.
화웨이 물량이 타 반도체 설계업체로 옮겨간 정황도 보인다. 대만 미디어텍은 올 8월 매출 327억대만달러(약 1조3300억원)를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9%, 지난 7월보다 22.5% 늘어난 수준이다. 미디어텍은 모바일AP와 5세대(5G) 통신 모뎀 등을 설계하는 회사로, 제작은 TSMC에 맡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9월 15일 미국 상무부 제재 발효를 앞두고 화웨이의 ‘대체재’로 주문이 옮겨가고 있다"고 했다.
TSMC가 화웨이 없이도 성장세를 지속하자, 파운드리 업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TSMC 53.9%, 삼성전자 17.4%로 전망했다. 지난 2분기 TSMC 51.5%, 삼성전자 18.8%에서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예측이다. 지난해 TSMC와 삼성전자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각각 14%, 6%선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 의존도가 높은 TSMC가 타격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화웨이 제재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삼성전자 입장에선 추격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