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일대 "바이러스가 뇌세포 산소공급 막아 괴사"
직접 감염 안 되지만 면역시스템 피해 우회 공격
ACE2 수용체 대신 시냅스 통한 직접 감염 가능성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세포를 질식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간 원인이 불분명했던 정신착란 등의 신경계 합병증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세포로 가는 산소 공급을 차단해 괴사시킴으로써 인체 다른 부위의 감염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연구성과는 신경과학 분야 학술지 ‘브레인(Brain)’에 지난 7월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의 뇌세포와 뇌 오르가노이드(미니 인공 장기)를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세포를 공격하는 과정을 연구했다.
뇌세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직접적으로 공격당하지 않는다는 게 기존 학계의 시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을 세포의 앤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 수용체에 결합시켜 세포 속으로 침입하는데, 뇌세포에는 ACE2 수용체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대신 바이러스가 뇌세포로 가는 산소 공급을 막아 괴사시키는 방법으로 간접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뇌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면역 시스템이 작동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같이 우회 공격하기 때문에 면역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다.
이같은 결과는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에게서 산소 부족으로 인한 뇌세포 손상을 확인한 다른 연구결과와도 부합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나아가 뇌세포는 ACE2 수용체가 없지만 뇌세포끼리 연결하는 시냅스를 통해 바이러스가 세포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신경계 합병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시 나타나는 신경계 합병증의 원인을 뇌세포의 염증 등에서 찾아왔다.
지난달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연구진은 뇌척수액을 만들고 뇌를 충격이나 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뇌 속 기관인 ‘맥락총’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고, 이것이 만성피로증후군 등의 신경계 합병증의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맥락총이 감염돼 기능이 떨어지면 뇌속으로 들어오면 안 되는 면역세포 등 물질들이 들어와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미국의사협회보(JAMA)’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143명의 증상을 조사한 결과 80%가 피로감 등의 신경계 합병증을 호소했고, 50% 이상이 회복 후에도 여전히 같은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