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정·정책금융에 민간 매칭 더해 정책형 뉴딜펀드 20조원 조성
뉴딜 인프라펀드·민간 뉴딜펀드 활성화 위해 세제 혜택·규제 개선
정부가 뉴딜펀드 3종 세트 조성에 나선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사업'의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재정과 정책금융, 민간투자를 통해 앞으로 5년간 170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재정 투입은 단 3조원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의 투자금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100조원의 뉴딜 인프라펀드 가운데 절반 정도는 이미 조성된 펀드를 이름만 바꿔 다는 것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전략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정부부처 관계자와 10대 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석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모처럼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였다.
◇정부재정 5년간 7조원 투입… 나머지는 민간에서 조달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사업'의 돈줄이 될 뉴딜펀드 조성 방안이 발표됐다. 뉴딜펀드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조성된다. 우선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재정출자를 통해 마련하는 정책형 뉴딜펀드가 있다. 앞으로 5년간 정부가 3조원, 정책금융기관이 4조원을 출자해 모(母)펀드를 조성하면, 민간금융기관과 일반국민이 13조원을 매칭해 총 20조원의 펀드를 조성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뉴딜 관련 기업과 뉴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자(子)펀드를 결성해 실제 투자를 집행하는 식이다.
이미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첫 해 정부출자분 소요 예산인 6000억원을 반영했다. 뉴딜펀드 투자대상은 뉴딜 관련 민자사업, 인프라 사업, 뉴딜 관련 프로젝트, 뉴딜 관련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 등이다. 민자사업으로는 그린 스마트 스쿨, 수소충전소 구축 등이 있고, 인프라 사업으로는 데이터 센터 구축, 신재생에너지 시설 건설 등이 있다. 수소차나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도 뉴딜 관련 프로젝트에 포함된다.
금융위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조성한 모펀드가 후순위 출자를 맡아 투자리스크를 우선 부담하기로 했다"며 "국민참여 확대를 위한 국민참여펀드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뉴딜펀드는 뉴딜 사업 관련 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뉴딜 인프라펀드다. 규모만 보면 100조원 정도로 뉴딜펀드 중 가장 크다. 정책형 뉴딜펀드 중 인프라에 투자하는 일부 자펀드가 인프라 펀드에도 포함된다. 여기에 민간에서 조성하는 민간 뉴딜 인프라펀드가 더해지는 방식이다. 데이터센터, 스마트 공동 물류센터, 육상·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수소충전소 등이 뉴딜 인프라펀드 투자 대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100조원 중 절반 정도는 이미 기존에 있던 펀드다. 현재 민투법상 운영 중인 인프라펀드 10개(5조9000억원)와 자본시장법상 특별자산펀드 중 사회기반시설 투자펀드 576개(47조8000억원)이 뉴딜 인프라펀드에 포함됐다. 새로 조성하는 펀드 자체는 50조원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마지막 뉴딜펀드는 민간에서 조성하는 뉴딜펀드다. 이미 5대 금융지주는 뉴딜 프로젝트에 5년간 70조원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민간 스스로 뉴딜펀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현장민원과 규제를 개선해 도울 방침이다. 일반국민은 지난해 조성됐던 소부장펀드에 참여하듯이 뉴딜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한국거래소 등은 뉴딜지수, 뉴딜ETF 등을 개발해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를 도울 계획이다.
◇국민 참여 늘리기 위해 공모펀드에 세제혜택
정부는 뉴딜펀드에 일반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정책형 뉴딜펀드도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방식으로 조성해 일반국민이 위험 부담을 줄인 채로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일반 국민이 민간 공모펀드에 투자하면 민간 공모펀드가 정책형 뉴딜펀드의 자펀드 조성에 참여하고, 자펀드는 뉴딜 관련 프로젝트와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때 발생하는 수익은 공모펀드에 투자한 일반국민에게 돌아가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자펀드 운용사 선정시 민간 공모펀드 참여를 제시한 운용사에 가점을 줄 계획이다.
뉴딜 인프라펀드도 일반국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선 인프라펀드에 대한 세제 지원 혜택을 일반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모펀드에 한정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투자금액 2억원 이내, 배당소득에 대해 9%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혜택을 받으려면 뉴딜분야에 50% 이상 투자하는 공모펀드여야 한다. 기존 인프라펀드는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운영됐는데 뉴딜 인프라펀드는 일반국민이 참여할 길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인프라펀드 투자 활성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일반국민이 퇴직연금을 통해 인프라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존속 기간이 짧은 공모 인프라 펀드를 만들어 수익 안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 추진에 따른 성과를 대다수 국민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며 "뉴딜투자에 따른 성과는 그 성격상 특정계층이 아닌 대다수 국민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