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vs아마존, 1위 유통업체 차지 경쟁 격화
월마트는 '식료품 판매'·아마존은 '이커머스' 우위
상대방이 강점 가졌던 분야, 코로나 계기로 잠식
월마트 틱톡 인수전 참여도 '아마존 의식' 영향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체의 상징인 미국 월마트(Walmart)가 10대들이 춤추고 립싱크 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SNS앱 틱톡(TikTok) 인수전에 참전했을 때, 전세계 투자자들은 다소 이색적인 조합이라며 놀라워했다.
그러나 틱톡이 라이브커머스(라이브 스트리밍+이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과정을 지켜본 분석가들은 '말이 된다'고 평가했다. 아마존(Amazon)이 수년째 독점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한 거의 유일한 필승전략이라는 것.
유통업체 1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월마트와 아마존의 경쟁이 코로나를 계기로 더욱 과열되고 있다. 두 회사는 서로가 오랜기간 강점을 가졌던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치고 나갈 타이밍을 노려왔는데, 산업의 흐름을 뒤바꾼 코로나라는 변수를 만나 점유율을 일부 빼앗는데 성공했다.
◇ 월마트, 코로나에 전자상거래 급증…아마존 위협
월마트는 코로나로 미국 전역의 상당수 지점이 문을 닫은 가운데 2분기(5~7월)에 31년 만에 가장 큰 이익을 내 화제가 됐다. 이익 증가를 이끈 건 전자상거래 였다. 점포에서의 판매가 9.3% 늘어나는 동안 전자상거래는 무려 97% 늘었다.
월마트는 점포 수와 미국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기준으로 1위이지만, 전자상거래에서는 아마존에 크게 뒤진다. 아마존이 38%를 점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독점시장에서 월마트의 점유율은 5.8%에 그친다. 그나마 코로나 여파로 이베이(eBay)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도시봉쇄, 외출자제 라는 전례없는 코로나 극약처방은 월마트에게 신의한수가 됐다. 생필품 부족을 걱정하던 사람들은 정부가 준 돈으로 화장지, 세정제 같은 물품을 사재기 하려고 대형마트로 달려갔는데 그게 월마트였다. 집에서 10마일(16㎞) 내에 월마트 매장이 없는 미국인은 단 10% 뿐이라는 말도 있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월마트는 배송이 가능한 신선식품 목록을 대거 늘리고 커브사이드픽업(curbside pickup·온라인에서 주문한 뒤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픽업)을 확대 했다. 온라인 매출 강화를 위해 '이익을 좀먹는다'며 욕먹으면서도 수년간 강행했던 투자가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월마트는 새롭게 확보한 온라인 고객을 15일 출시할 유료 구독 서비스 '월마트 플러스'로 장기 충성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매월 12.95달러, 연간 98달러를 내면 ▲35달러 이상 무료배송 ▲월마트 인근 주차장에서 연료 5% 할인 등의 혜택을 준다.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을 의식한 서비스다.
◇ 아마존, 식료품은 월마트 못 따라가…오프라인 매장 오픈
전자상거래는 물론 미국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기준으로도 1위를 노리던 아마존에게 월마트의 선방은 예상치 못했던 일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는 아마존에게도 기회 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월마트를 따라잡을 수 없었던 식료품 분야 매출이 껑충 뛰었다. 5~7월 식료품 배달 가용능력을 160% 확대하면서 온라인 식료품 매출이 작년의 3배로 증가했다.
식료품 시장을 뚫는 건 아마존의 오랜 과제였다. 아마존은 전자기기, 스포츠용품, 음반과 책 등 거의 모든 기성품 판매에선 월마트를 앞섰지만 식료품 만큼은 점유율이 2%도 안돼, 거의 20%를 점유한 월마트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신선한 상태로 최대한 빨리 배송해야 하는 식료품의 경우 보관시설이 충분하고 물류체계가 잘 조직화 되어 있어야 하는데, 기성품을 주로 판매해온 아마존은 월마트보다 노하우, 인프라 모두 부족했다.
아마존은 뒤늦게 신선식품 판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17년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 460여개 매장을 둔 유기농 식품 체인점인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을 인수하면서 월마트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전략 마련을 서둘렀다.
지난달 27일에는 아마존 최초의 오프라인 신선식품 전용 매장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우들랜드 힐즈에 오픈했다.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 등 7개주에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홀푸드마켓에선 팔지 않는 과자, 음료 등을 진열해 월마트와 본격 경쟁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 매장 에선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인 ‘알렉사’를 부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필요한 물품이 어딨는지 물어볼 수 있다. 카트 안에 담긴 내용물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아마존 대시 카트' 서비스도 도입됐다.
◇ 월마트, 틱톡 인수로 온라인 광고 1위 노린다
월마트가 틱톡 인수전에 돌연 참전한 것도 전자상거래는 물론 온라인 광고 분야에서 아마존을 제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의 중국 버전 '더우인(抖音)'은 SNS를 넘어 대표적인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라이브 커머스란 라이브 스트리밍과 전자상거래를 더한 말로, 홈쇼핑의 모바일 버전으로 볼 수 있다.
더우인에선 인플루언서들이 실시간으로 의류부터 화장품, 전자기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 하고 관련 링크를 띄워 방송에 접속한 사람들이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한다.
리서치회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이렇게 팔려나간 상품 규모가 올 한해 1400억달러(16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의 두 배로 앞으로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틱톡의 주요 이용자 70%가 16~24세라는 점에서 월마트에게는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 접근하면서 전자상거래 매출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단순히 제품 판매량이 늘 뿐 아니라 온라인 접속자 수가 대거 확대 돼 광고수익 증가라는 부가 수입으로도 연결된다. 더우인은 앱에서 판매되는 제품 수수료와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데, 틱톡 전체 수익의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월마트가 틱톡을 함께 인수할 파트너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고른 것도 이 회사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분야에서 아마존과 경쟁 관계라는 점 때문이다. 같은 경쟁상대를 둔 완벽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