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평균 예산 증가율 8.55%… 보건·복지·고용 200조원
국민 1인당 국가채무, 내년 1822만원 2022년 2000만원 돌파
정부가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 대비 8.5%(43조5000억원) 늘어난 555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올해 본예산(9.1%), 추가경정예산 포함 지출액(16.5%)보다는 작지만, 2023~2019 중기재정운용계획에 제시된 6.5%에 비해서는 2%P(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4년간 본예산의 전년 대비 평균 증가율(8.55%)을 유지한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국채 172조90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일반회계 기준 적자국채는 사상 최대치인 89조7000억원으로 계획됐다. 90조원에 육박하는 나랏빚으로 예산을 늘리는 것이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는 시기는 당초 정부 계획이었던 2023년에서 2022년(1070조3000억원)으로 당겨졌다. 전반적인 나라살림살이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2년(50.9%)에 50%를 넘어설 것으로 나타났다.
◇빚 늘려 경기 부양…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6.7%
정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2021년 예산안’과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했다. 2021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555조8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8.5%(43조5000억원) 늘어난다. 본예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편성한 1~3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하면 1.6%(8조9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회복·한국판 뉴딜·국정과제 등 필수 투자 소요의 차질없는 뒷받침을 위해 확장적 재정 기조를 지속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총지출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이었다.
총수입은 올해 대비 0.3%(1조2000억원) 늘어난 483조원으로 잡았다. 국세 수입은 282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9조2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법인세가 부진할 것으로 본 것이다. 국세 외 수입은 사회보장성기금 수입 확대 등으로 5.5%(10조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지출과 총수입의 격차는 -8.2%P로, 2019년 -3%P, 2020년 -7.9%P 까지 3년 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폭이 커지고 있다. 내년 총수입과 총지출 격차는 역대 최대다. 2019년과 2020년 본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은 각각 9.5%, 9.1%였다.
수입 감소에도 늘어난 지출을 지탱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에 적자 국채를 사상 최대치인 89조7000억원 발행할 계획이다. 세금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을 때 차액만큼 ‘적자국채’를 발행한다. 적자국채는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이자와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5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던 적자국채는 2012년 13조8000억원까지 규모가 줄었다가, 2015년과 2016년 40조원대까지 늘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집권 직후인 2018년 28조8000억원으로 시작해 2019년 33조8000억원, 2020년 60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적자국채가 급증하면서 국가채무는 내년 연말 945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올해 말 전망치(839조4000억원)보다 105조6000억원 많은 수치다. 통계청이 추계한 내년 인구 수인 5188만명으로 나눴을 때 국민 1인당 나랏빚 1822만원을 지게 되는 셈이다. 1인당 나랏빚은 2022년(2061만원) 이후 부터는 2000만원 이상으로 훌쩍 뛴다.
이같은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2021년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는 5.4% 적자로 올해 전망치 대비 1.9%P 악화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말 전망치(43.5%)보다 3.2%P 상승한 46.7%로 치솟는다. 올해 코로나19로 세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추경을 세 차례나 편성하는 등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여파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국가채무비율은 오는 2022년 50.9%, 2023년 54.6%, 2024년 58.3%가 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전망했다.
박형수 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정부가 사실상 재정건전성을 포기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재정이 망가진 상태가 올해 한 해뿐 아니라 내년까지도 갈 것임이 명확해졌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나라 경제에 돌발 위기가 생겼을 때 추가적인 재정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대외적으로 의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판 뉴딜 시동 걸고 복지 예산 200조 편성
재원 배분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보건·복지·고용 부문에 가장 많은 199조9000억원이 배정됐다. 올해 본예산(180조5000억원) 대비 10.7%(19조4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복지예산은 2013년 예산안에서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8년 사이 몸집을 200조원 수준으로 불리게 됐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기초생활보호자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생계급여를 3조원 이상 늘렸고, 국민취업지원제도 신설 등 고용안정망 관련 예산을 3조5000억원 늘렸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지난 2018년부터 4년 연속 1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일자리 관련 예산은 3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 분야인 산업 분야 예산은 29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9% 늘었다. 산업 분야 예산은 12대 분야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지만, 올해(26.4%)보다는 낮았다. 환경 예산은 전년 대비 16.7% 증가한 10조5000억원이 편성됐다. 기후 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 뉴딜 투자, 공기·물·녹색공간 등 생활 환경 개선 투자 확대를 위해서다. R&D 분야의 경우 소재·부품·장비 등 미래 첨단 혁신 기술을 중심으로 27조3000억원이 편성됐다. 이는 전년 대비 12.3% 늘어난 것이다.
국가 기간 도로와 철도망 준공을 포함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6조원이 편성됐다. 디지털화·그린리모델링 등 뉴딜 투자에 대한 소요와 노후 SOC 안전 투자 확대 등으로 올해 11.9% 늘어, 2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그 외 일반·지방행정은 86조5000억원으로 9.5%, 국방 분야는 52조9000억원으로 5.5%, 문화·체육·관광 분야는 8조4000억원으로 5.1%씩 전년 대비 증액됐다.
코로나 재확산 등에 대비하기 위한 방역 예산도 크게 늘렸다. 방역시설 고도화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올해(1조2000억원)대비 50% 늘린 1조8000억원을 편성했고, 2차 코로나 대유행 발생시 투입할 수 있는 재난 목적 예비비도 올해(2조원)보다 두 배 가량 늘린 3조8000억원을 배정했다.
홍 부총리는 "국가 채무와 수지가 조금 늘어나더라도 재정 지출 증가를 통해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한국 뿐 아니라 G20 국가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세 차례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면서 증세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