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 토지거래허가제가 실시된 서울 강남 영동대로 일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아파트 거래량은 크게 줄었지만, 가격은 신고가가 속출할 정도로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거래허가제 대상 지역에서는 주거지역 18㎡를 초과한 토지를 취득할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의 경우 바로 입주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원천 금지되고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토지거래허가제의 당초 목적이 무색해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5일 강남구와 송파구에 따르면, 6월 23일 이후 잠·삼·대·청에서 거래가 허가된 주거용 부동산은 모두 89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지역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 635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4%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그러나 줄어든 거래 속에서도 신고가 갱신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14일 전용면적 76.79㎡가 20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 6일에는 22억2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용 84.43㎡도 지난 21일 23억원에 거래돼 전고가 23억5000만원에 거의 근접했다. 대치 동부센트레빌 전용 145.83㎡도 전고가보다 1억원 오른 3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삼성동에서는 신고가를 기록한 거래의 상승폭이 훨씬 컸다. 강변삼부 아파트 전용 81.94㎡는 지난달 27일 전고가보다 2억5000만원 뛴 17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한일 아파트 전용 61.23㎡는 지난달 22일 14억9000만원으로 전고가(8억3500만원)에서 무려 6억5500만원 넘게 뛰기도 했다. 쌍용플래티넘 전용 156.97㎡는 지난 3일 19억8000만원에서 21억원으로 1억2000만원 올랐다.

청담동 현대3차 아파트 전용 59.95㎡는 13억8000만원에서 지난달 18일 15억9000만원으로, 청담4차 이편한세상 전용 84.57㎡는 17억원에서 지난달 28일 18억3000만원으로 각각 신고가를 갱신했다.

송파구 잠실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잠실동 현대 아파트 전용 71.9㎡는 8억9500만원에서 지난 7일 11억5000만원으로 전고가보다 2억55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트리지움 전용 84.87㎡도 지난달 28일 21억5000만원으로 전고가보다 5000만원 상승했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전용 151㎡는 지난달 27일 32억원에서 32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주공5단지 76.5㎡는 지난달 27일 전고가보다 1억4440만원 오른 23억원에 거래됐다. 레이크팰리스 84.82㎡ 역시 전고가 대비 1억원 오른 20억5000만원에 거래돼 처음 20억원을 돌파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마 아파트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 하에서는 매수자가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막대한 현금이 필요하며, 통상 보름 이상 소요되는 거래 허가 기간 중에 매도자가 변심해 거래가 엎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대치동의 경우 학군 수요까지 존재하는데 매물은 없으니, 매도자가 호가를 높여 불러도 현금부자들이 바로 달려드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어 "역설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에 잠·삼·대·청의 집값은 매매든 전세든 계속 뛸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