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사이에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주식 매매 수수료보다 해외 주식 매매 수수료(외화증권 수탁수수료)가 높게 책정돼 있어 쏠쏠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증권사는 ‘서학(西學)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해외 주식 직구 서비스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는 해외 주식 직구 열풍으로 올 하반기 수익이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에 눈을 뜰수록 국내 증권사도 수익 측면에서 좀 더 나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수수료 수입은 지난 2분기에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올 상반기 해외 주식 수수료는 222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756억원)보다 194.1% 증가했다. 지난 2분기 해외 주식 수수료만 1246억원으로 1분기(977억원)보다 27.5%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 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상반기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약 169조1475억원(1424억4000만달러)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식은 일반적으로 국내 주식보다 수수료가 높은 편이다. 이번 2분기 해외 주식 수수료를 가장 많이 거둔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주식 모바일(MTS) 거래의 경우 0.014%를 수수료로 떼고 있지만 해외 온라인 매매의 경우 미국은 0.25%, 중국과 홍콩·일본은 0.3%씩 매긴다. 약 10배 이상 수수료가 비싼 셈이다. NH투자증권(005940)·신한금융투자·삼성증권(016360)·KB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039490)등도 국내 주식 MTS 거래 수수료보다 해외 주식 온라인 거래 수수료가 더 높았다.
이는 국내 증권사 중 대형·중형 증권사 일부만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증권사만 해외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보니 수수료 인하 경쟁이 아직 국내 주식 수수료 인하 경쟁보다 치열하지 않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된 총 57개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 18개 증권사만 해외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주식은 수수료를 많이 인하하거나 무료로 해도 일단 고객을 한번 유치하면 증권사들이 신용대출 등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해외주식은 신용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없어 수수료를 제외하고는 관련 수익을 얻을 방법이 마땅치않다.
증권사는 환전수수료 등 부가 수입까지 챙길 수 있어 해외 주식 직구족(族)을 위한 행사와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나이트데스크(해외 주식 야간 데스크) 서비스를 비롯해 금액별·주식별로 해외 주식을 소액으로 쪼개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하나둘씩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3일 소액으로도 간편하게 해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미니스탁’ 모바일 앱을 출시하고 1주 단위로 구매해야 했던 해외 주식을 별도의 환전 없이 1000원 단위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신한금융투자는 증권업계 최초로 2018년에 해외 주식을 소숫점 단위로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KB증권은 세계 6대 시장(한국·미국·중국A·홍콩·일본·베트남)을 대상으로 환전 수수료 없이 원화증거금으로 해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인 ‘글로벌원마켓’을 2019년 출시했다. 현재 28만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 주식 수수료로 인한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 규모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개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 무료 또는 할인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이 기간이 끝나면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식 수수료 행사 등이 끝나면 해외 주식 직구에 익숙해진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매매와 마찬가지로 해외 주식을 손쉽게 매매하면서 수수료로 인한 매출 증가가 눈에 띄게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