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고 품질 한국 벼 품종 재배 면적 확대에 총력

2019년 6월 경기도 이천시가 개최한 전국 첫 벼베기 기념행사.

정부가 외국산 벼 품종보다 밥맛이 우수하고 생산성이 뛰어난 국산 벼 품종 보급에 박차를 가한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2024년까지 국내에서 재배되는 외래 벼 품종 재배 면적을 1만ha(헥타르) 이내로 축소하기 위해 지역별로 적합한 최고품질 벼 품종 선발과 보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전체 벼 재배 면적 중 ‘추청벼’·‘고시히카리’ 등 일본산 벼 품종이 차지하는 면적은 약 9%(6만5974ha)에 달한다. 품종별 재배면적은 추청벼(5만2527ha), 고시히카리(1만1266ha), 기타(2181ha) 순이다.

2000년 이후 한국에서 최고 품질의 다양한 벼 품종이 개발됐지만 수도권과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일본산 벼품종 재배가 이뤄지는 이유는 ‘밥맛이 좋다’는 소비자 인식 때문이다.

정부는 주식인 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품질보다 생산성 위주의 벼 품종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물인 통일벼를 1972년부터 일반 농가에 보급한 이후 한국의 쌀 생산성이 급증했다. 하지만 생산량 증가에 치중한 결과 한국에서 개발된 벼 품종은 일본 벼 품종보다 밥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고착됐다.

1980년대 이후에는 한국경제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가계 살림살이가 나아졌고, 그 결과 고급쌀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농진청을 중심으로 한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생산성이 우수하면서도 밥맛이 우수한 뛰어난 품종 개발을 시작했고, 본격적인 보급에 나섰다. 2003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발·보급된 고품질 벼 품종은 13종에 달한다.

국산 고품질 벼 품종의 경우 생산성이 500㎏/10a(1000㎡) 이상으로 뛰어나고, 도열병·흰잎마름병·줄무늬잎마름병·벼멸구 등 주요 병충해에도 2개 이상 복합 내병성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밥맛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진청이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소비자 135명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쌀로 지은 밥맛 평가를 진행한 결과 밥맛이 가장 우수한 품종은 삼광·고품·호품 등 국산 벼 품종으로 나타났다. 또 2010년과 2011년 걸쳐 한중일 3국에서 각각 진행된 ‘한중일 대표 품종 밥맛 평가’에서도 호품·삼광· 등이 1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일본 품종의 밥맛이 한국 품종보다 뛰어나다는 기억을 지닌 상당수 소비자들은 여전히 일본 품종 쌀을 고집하고 있으며, 그 결과 수도권과 중부지역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본산 벼 품종 재배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에서 많이 재배되는 일본 벼 품종의 경우 밥맛은 뛰어난 편에 속하지만 국산 벼 품종보다 병해충에 약하고 잘 쓰러져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구체적으로 추청벼는 내병충성이 약하고, 고시히카리는 잘 쓰러져 생산성이 떨어진다.

농진청은 우수 한국 벼 품종 개발 및 소비 확대를 위해 품종 개발 단계부터 육종가, 농업인, 소비자가 참여해 품종을 개발하는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SPP)’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된 ‘해들’ 품종은 경기도 이천지역에서 재배됐던 ‘고시히카리’와 ‘히토메보레’를 완전 대체했고, ‘알찬미’의 경우 ‘추청벼’ 재배면적의 15%를 대체했다.

국립식량과학원 소속 연구원이 원에서 개발한 쌀을 소개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도 국내 벼 품종의 품질 경쟁력 향상과 외래품종 대체를 위해 최고품질 벼 품종 개발과 생산‧유통 공급거점단지 조성, 지역 특화품종 선정을 위한 지원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밥맛, 외관품질, 도정특성, 내병충성 등 4가지 기준을 적용해 선발한 삼광벼·운광벼·고품벼·호품·칠보·하이아미·진수미·영호진미·미품·수광·대보·현품·해품·해담쌀·청풍·진광·해들·예찬 등 18종의 최고품질 벼 품종을 외래 품종 대체 품종으로 농가에 보급해 재배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최고품질 벼 재배면적 비율은 2006년 1.2%에서 2015년 16.9%, 2017년 17.3%, 2019년 24.8%로 매년 상승했다.

또 최고품질 벼 생산‧공급 거점단지 조성을 위해 경기(이천), 전북(김제) 등지에 프리미엄 쌀 생산‧유통 전문 경영체 11곳을 중점 육성, 단지별 일괄 재배‧관리로 품질 향상을 꾀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우수한 국산 벼 신품종을 현장실증으로 재배 안정성을 확인하고 수확 후 소비자 평가를 통해 지역특화품종으로 선정‧재배 확대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또 벼 지역특화 품종 보급 및 외래품종 대체를 위해 올해 3개 시범사업을 25개소에서 추진하고, 신품종 이용 촉진 현장실증 연구과제를 충남(아산 당진)·전북(군산 부안)·부산광역시·경남(고성)·경북(영천) 등 7개 지역 9개소에서 진행한다.

김상남 국립식량과학원 원장은 "외래 벼 품종 재배 축소와 국내 육성 최고 품질 벼 재배 확대를 위해 생산자‧지역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지역 수요에 적합한 벼 품종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