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부터 수소, 전기까지…’

조선업계가 선박 탈탄소화를 위해 다양한 연료를 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선박 연료만 고집해서는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010140)은 LNG(액화천연가스)·LPG(액화석유가스) 추진선을 넘어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나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데다 유지하기 쉬운 온도에서 저장이 가능해 활용이 쉽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10월부터 글로벌 엔진메이커인 만에너지솔루션즈, 로이드선급 등과 함께 암모니아 추진선박 공동개발 프로젝트(JDP)를 진행 중이다. 현대미포조선 등 3개 회사는 2025년을 목표로 암모니아추진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1월부터 만에너지솔루션, 로이드선급, 말레이시아 선사 MISC와 암모니아 추진선을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스마트 전기추진 선박 조감도.

전기나 연료전지를 활용한 선박 개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연료전지는 연소과정이 없어 발전효율이 매우 높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온실가스 등 환경 오염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는 편이다. 글로벌 시장 예측 전문기관인 IDtechEX는 전기추진선 관련 시장규모가 2018년 8억달러에서 2029년 124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고체산화물기반 연료전지의 선박 적용 실증센터를 구축하고 스마트 전기추진선 건조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세계적 연료전지 제조사인 미국 블룸에너지와 선박용 연료전지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 유조선을 개발한 데 이어 연료전지를 LNG운반선과 셔틀탱커에도 적용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글로벌 기업들에 발맞춰 수소 추진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다국적기업 ABB그룹과 노르웨이 연구기관 신테프, 캐나다 수소연료전지 기업 발라드, 일본 토요타 등은 수소연료전지 선박 개발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빈센이 에이치엘비, 범한산업, 한국선급과 함께 수소연료전지 선박의 운항 실증, 성능·안전성 검증 등을 하고 있다.

조선해운업계가 다양한 연료를 고심하는 이유는 바로 IMO의 온실가스 감축 조치 때문이다. IMO는 국제 해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기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2050년까지는 전체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0%, 온실가스 배출량 50% 이상을 감소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기도 했다.

해운사들은 현재까지 탈황설비(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친환경 연료로 엔진을 작동하는 선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도 IMO 규제에 촉각을 세우며 선박 발주를 관망하는 분위기가 나온다.

그리스 선주 스타벌크캐리어의 하미시 노톤 사장은 최근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던 부분이 5년 뒤엔 (환경 규제로) 불법이 될 수도 있다"면서 "과거에는 선박을 유효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했지만, 지금은 그 전에 폐선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친환경 선박이 국내 조선소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백점기 부산대학교 교수는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경쟁국에 비해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조선소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장해기 삼성중공업 기술영업팀장도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전통 선박연료유(油) 탈피 경향은 더 빨라질 것"이라며 "배출가스 감축, 청정에너지 개발이라는 미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