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고자동차 담보대출 전문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인 ‘넥스리치펀딩(넥펀)’에서 사기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또다른 동산 담보대출 전문 P2P ‘탑펀드’에서 30여개 상품이 연이어 상환이 지연됐다.
28일 P2P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탑펀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탑펀드가 중개한 상품에 대해 원리금 지급 관련 미상환 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투자 고객님들의 우려와 문의가 있어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지했다. 탑펀드는 "정상 상환이 되지 않는 상품에 대해서 상품별 추심 절차에 따라 지급보증사 또는 기타 매입 업체에 연락을 취해 투자자분들의 투자금이 정상 상환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4일 공지가 올라올 당시만 해도 상환 지연 상품은 ‘SCF 124호 포트폴리오 A 펀딩’ 정도로 파악됐다. 그러나 탑펀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날 현재 상환 지연 상품은 34건으로 늘었다.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첫 공지 사흘 뒤인 지난 27일 탑펀드는 다시 공지를 올렸다.
탑펀드는 "최근 온투법(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등록 및 가이드라인에 대비해 준비를 하는 중이었고, 그 일환으로 강화된 심사 기준에 따라 일부 차입자를 대상으로 더 이상의 추가대출 및 대출 연장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상환을 요청한 케이스가 있었다"며 "추가적으로 코로나의 영향으로 영업실적이 급하락한 몇 차주사의 경우 정상적인 이자 및 원금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파악된 경우도 발생됐다"고 했다.
이어 "임기응변을 위한 대출 연장은 투자자들을 기망하는 행위라 판단해 연장 불가를 통보했고, 이자 및 원금 지연 상황이 발생했다"며 "현재 탑펀드의 지연 건은 전체 펀딩 건 중 일부 차주사에 국한되는 부분으로 나머지 상품들은 현재 정상 상환되고 있다"고 안내했다. 탑펀드 측은 아직 연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지연’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통상 미상환된 대출잔액 중 한 달 이상 상환이 지연되면 연체로 본다.
그러나 회원들 사이에선 오랜 기간 ‘연체율 0%’를 자랑해오던 탑펀드에서 갑자기 줄줄이 지연 건이 발생한 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또 과거 지연이 발생한 상품의 경우 투자자들의 문의 이전에 선제적으로 공지를 하는 등 그동안의 탑펀드의 대응을 고려하면 이번 대처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에 지연이 발생한 상품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것도 불신을 키웠다. 투자자들은 각자 자신의 상환 지연된 상품 목록을 공유하며 지연된 금액 규모를 자발적으로 추리고 있다.
P2P 투자자들은 최근 발생한 넥펀 사기 사건과 맞물려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고자동차 매매 상사에 자동차 매입 자금 등을 대출해주는 투자 상품을 판매하던 넥펀은 지난 9일 경찰 수사를 이유로 돌연 영업을 중단했다. 경찰은 넥펀이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금을 기존 투자자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쓰는 방식으로 돌려막기를 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넥펀의 자체 공시에 따르면 누적 대출액은 610억2000여만원이고, 그 중 반환하지 못한 대출 잔액은 251억4500여만원이다.
탑펀드 측은 다만 "최근 N사(넥펀)의 비도덕적 사건을 비롯 업계 전반에 P2P에 대한 불신이 커짐과 관련해, 통상적으로 투자상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연과 정상적인 추심 절차가 자칫 의도치 않은 내용으로 비약, 과장될까 우려되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큰 상황"이라며 넥펀 사기 사건과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은 다른 P2P 업체에서도 탑펀드와 같은 상환 지연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에 최근 금융당국이 240여개 P2P사에 감사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전수 조사에 착수한 것과 맞물려 일부 업체에서 지연이 다수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