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고민 끝에 항공업에 작별을 고하고 일반 사기업 취직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옥 같은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업계의 채용 움직임 또한 올스톱됐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가 1~2년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항공사 취업을 포기하는 취업준비생도 늘고 있다.

14일 취업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갑작스러운 코로나 여파로 꿈을 포기하게 됐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승무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한 취업준비생은 "코로나 종식만을 바라보며 버텨왔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나이도 찰 만큼 찬 상태라 이젠 정리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취준생도 "일단 사기업에 들어가려고 자격증을 공부 중"이라고 했다.

지상에서 승객 운송 등을 담당하는 조업사로 일하면서 항공사 취업을 준비해왔다는 A씨는 항공업 채용정보를 공유하는 오픈카톡방에 "일 년 넘게 있었던 이 방을 나가는 날이 온다"며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해오던 일이라 몇 달이고 고민했지만 취업 문이 열릴 기미가 안 보여 포기하고자 한다"는 글을 올리고 방을 나갔다. 블라인드 금융 라운지에도 한 은행원이 "진짜 꿈은 승무원이었는데 부모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이젠 은행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매년 500명 이상이었던 조종사 채용 규모도 올해는 48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의 ‘조종인력 분야 포스트 코로나19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조종사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힌 항공사는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등 대형항공사들을 제외한 저비용항공사(LCC) 3곳뿐이다. 이 때문에 조종사 자격증 시험을 보려고 했던 준비생들의 동요가 큰 상황이다. 한 준비생은 "원래는 올해쯤 민간비행교육원 교육 이수를 준비할 계획이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돈은 돈대로 쓰고 취업은 어렵지 않을까 걱정돼 고민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입사해 올해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는 항공사 승무원 인턴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관행상 항공사 공개 채용에 합격해도 최대 2년까지 비정규직 기간을 거쳐야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지난해 입사한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 인턴의 경우 이달 예정돼있던 정규직 전환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40여명의 캐빈 크루 채용 시 당초 7월 전환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등 대외상황으로 인해 미정인 상태"라면서 "이들은 현재 유급 휴직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승무원이나 조종사의 꿈을 꾸는 이들이 이른 시일 내에 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름 성수기인 3분기를 포함해 연말까지 대부분 국가에서 자가 격리 등 입국 제한 조치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국제선 매출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동안 인력 채용 규모를 확대해오던 LCC가 코로나 사태로 휘청이면서 일자리 시장이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일단 비행기가 뜨지 않으니 승무원의 일이 없다"면서 "지금은 기존 인력도 거의 못 쓰고 있는 상황이라 올해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도 인력 채용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얼어붙은 항공 채용 시장을 떠나면 3~4년 뒤 항공업계가 회복하더라도 그 사이 인력 양성이 이뤄지지 않아 쓸 수 있는 인력이 없을 것"이라며 "한창 LCC들이 생길 때 인력이 부족해 힘들었는데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