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4조 적자 이어 2분기도 '우려'
국제유가 반등했지만 석유제품 수요 부진 이어져

국내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이 전분기보다는 회복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가 비교적 빠르게 반등하면서 1분기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2분기에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덮친 세계 경제가 깊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S-Oil·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영업 손실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악은 지났지만, 회사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울산 온산공단 내 S-Oil 정유공장 모습.

9일 정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SK이노베이션(096770)S-Oil(010950)의 2분기 실적에 대해 내놓은 평균 전망(컨센서스)은 각각 마이너스(-) 4000억원, -800억원이다. 일부 증권사는 2분기 정유사들이 흑자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의견이다. 4사 전체적으로는 현재 기준으로 1조원 안팎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정유 4사의 총 영업손실 금액은 4조3775억원이었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 유가 회복에 재고평가손익은 회복되겠지만, 원유판매가격(OSP)이 급락한 영향으로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영업손실이 625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적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 평균 복합정제마진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GS칼텍스의 2분기 실적 개선도 큰 폭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글로벌 사회의 이동 제한 조치가 지속되면서 항공유와 휘발유 가격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분기에도 정유사의 적자가 예상되는 이유는 여전히 낮은 정제마진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배럴당 7달러를 넘었던 월간 정제마진은 지난해 말 하락 추세를 보이며 올해 1~3월 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4~6월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1분기 배럴당 10달러까지 폭락했던 국제 유가가 2분기 40달러 수준을 회복하면서 재고평가손실은 비교적 크지 않겠지만, 진정을 기대하던 코로나 감염이 다시 확산하고 있어 석유 제품 수요가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원유 수요가 국제 유가 반등세를 지지하지 않으면 유가가 다시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국제 유가라는 외부 요인에 실적이 크게 출렁이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정유사들의 천수답(天水畓)식 경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정유 부문에 의존도를 낮추고 석유화학, 소재, 전기차 배터리 등 다른 분야에서 확실한 캐시카우를 확보해야 정유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