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진화하는 투잡

투잡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직장인 10명 중 1명은 '투잡족'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인들은 '평생직장이 없다'는 현실을 몸소 느꼈다. 고용불안 심화, 빨라진 퇴직 연령, 부동산 가격상승률 대비 낮은 임금상승률, 자기계발 욕구가 투잡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투잡의 범위도 대리운전, 택배배달 수준에서 플랫폼의 개발로 유튜버, 창업, 재능공유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코노미조선'은 일자리에 대한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 '투잡시대' 커버스토리를 준비했다. 피할 수 없는 투잡 현상 속에 기업의 대응 방안과 성공적인 투잡 방법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쿠팡플렉스 근무자.

과거에는 ‘투잡’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대리운전과 택배배달 등 몸으로 하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전체 투잡 시장에서 경제적 이유로 생계형 투잡 비중이 크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는 자아실현과 자기계발형 업무를 부업으로 삼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취업난과 조기 은퇴로 고용 안정성이 무너지면서 한 직장에만 매달릴 수 없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며 "N잡러로 불리는 새로운 족속은 기존 투잡족과는 조금 다르게 부업을 하며 수입보다 본업에서 채워지지 않는 자아실현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2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1만 명을 설문조사해 최근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 2020’에 따르면, 사람들이 투잡하는 이유는 소득을 위한 생계형(65.7%)이 여전히 많았다. 다만, 시간적 여유가 있어 투잡을 뛰는 여가형(11.8%), 본업 역량 강화 또는 창업·이직·노후 준비 목적의 자기계발형(11.7%), 취미 등 관심사와 관련된 부업을 하는 취미형(10.8%) 등 N잡러 유형이 그 뒤를 골고루 차지했다.

투잡하는 이유마다 선호하는 일의 종류는 달랐다. 생계형은 대리운전·택배·배송기사, 재택부업, 사무보조순으로 투잡을 많이 선택했다. 여가형은 학원 등 파트타임 강사, 재택부업, 크리에이터·블로거 활동순으로 부업을 많이 했다. 자기계발형은 통·번역, 취미·재능공유 강의, 온·오프라인 창업을 많이 했다. 취미형은 취미·재능공유 강의, 크리에이터·블로거, 학원 등 파트타임 강의순으로 투잡을 많이 했다. 투잡의 종류를 살펴봤다.

배민커넥트 근무자.

◇1 생계형│택배배달·대리운전

택배배달, 대리운전 시장이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하며 변하고 있다. 가령 쿠팡플렉스는 플랫폼에 기사로 등록해 원하는 요일과 시간대를 지원해 배송 캠프에서 상품을 수령한 후 배달한다. 단, 자신의 차로 배달한다. 배민커넥트도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해 자신의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음식배달 업무를 하는 일로, 부업으로 시간을 맞추기 상대적으로 쉽다. 하루 1시간도 일할 수 있다.

◇2 재능공유 취미형│과외·번역·춤·그림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공유해 투잡을 할 수 있다. 직장인이 퇴근 후 학원강사로 변신할 수도 있지만 탈잉, 숨고, 크몽 등 재능공유 플랫폼을 활용하면 한결 수월하게 투잡에 입문할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하면 전문 자격증이 없어도 초기 비용 없이 영어회화, 번역, 춤, 그림, 자기소개서 작성, 옷 잘 입기, 소맥 맛있게 타기 등 남들보다 잘하는 재능을 투잡으로 삼을 수 있다.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카카오톡, 라인 등의 메신저 이모티콘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3 여가형│유튜브 방송, 인스타 및 블로그 판매

투잡으로 유튜브를 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일반인이 경험하기 어려운 변호사, 약사, 승무원 등 전문직인 일반인의 일상이 담긴 브이로그(Vlog) 반응이 좋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오픈마켓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투잡도 인기다.

한 튜터의 영어수업.

◇4 자아실현·자기계발형│창업·자격증 기반의 실무

미래를 생각해 식당 혹은 기업을 창업하는 경우도 있다. 외식 업체에 다니고 있는 박모씨는 퇴근 후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향한다. 그는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음식을 서빙하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 사장님이다. 주말에는 식당에만 집중한다.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한 것도 있지만, 식당 운영은 그의 버킷리스트(일생에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박씨는 "직장인의 정년이 짧아지다 보니 퇴직 이후의 삶을 미리 계획하기 위해 투잡에 나섰다"며 "외식 업체에 근무하다 보니 트렌드 정보를 운영하는 음식점에 적용해 사업 성과가 괜찮은 편이다"라고 했다. 이외 미래를 위한 보험 차원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후 토요일마다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직장인도 있다.

◇5 공유형│집 대관·옷 대여

자신의 자산을 빌려주면서 부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집을 자주 비운다면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통해 부업할 수 있다. 촬영 장소 중개 플랫폼 아워플레이스는 시간당으로 계산해 집을 빌려줄 수 있다. 클로젯셰어를 통해 개인이 소유한 옷이나 가방을 빌려주는 부업을 해도 된다.

투잡이 다양하게 진화하는 것은 플랫폼의 역할이 크다. 투잡족이 20~30대가 많은 것은 젊은층이 소셜미디어, 유튜브·팟캐스트 1인 방송, 탈잉·숨고 등 재능공유 온라인 플랫폼을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투잡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밀레니얼 세대는 특히 ‘평생직장’이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plus point

[Interview] 이희민 HM 세무회계 대표세무사
"유튜브 소득 1원이라도 있으면 사업자등록해야"

이희민. 현 인천시 부평구청 결산검사위원 겸 공유재산심의회 자문위원, 인천시 영세납세지원단 나눔세무사, 서울시 강서구 마을세무사

소득이 크면 클수록 엄격한 게 세법이다. 투잡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세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희민 HM 세무회계 대표세무사는 "퇴근 후 여유시간을 이용해 배달 아르바이트, 유튜브 방송으로 근로 외 수입을 창출하는 사람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부업을 할 경우 본업 외 발생하는 수입에 대해 반드시 소득을 합산해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놓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투잡할 때 세금 관련 유의 사항은 무엇인가.
"본업 외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소득의 종류에 따라 세금을 신고하는 방법이 다르다. 본업 외 소득이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발생한 '근로소득'인 경우 연말정산 시 합산신고하거나, 합산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 시 합산신고해야 한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면서 일시적이지 않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업소득'의 경우에는 5월 말까지 종합소득세에 꼭 합산신고해야 한다. 유튜브나 블로그 쇼핑몰을 운영할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업소득자인 투잡족은 사업자등록을 하는 게 좋을까.
"사업소득이 발생한 경우 통상 본업 외 소득이 연 2400만원 이하라면 국세청에서 인정해주는 경비율이 높아 세금이 적게 나오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을 안 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본업 외 사업자소득이 그 이상이라면 사업자등록증을 내는 게 좋다. 사업소득 중 유튜버, 구글 광고 수입 등이 발생한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사업자등록을 내도록 강제하고 있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혹시라도 이런 방송 관련 부수입이 있는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해야 가산세 등의 불이익이 없다."

투잡할 때 세금을 줄일 방법은.
"본업 외 소득이 근로소득이라면 일반적으로 연말정산을 잘 준비하는 것이 절세 방법이다. 만약 본업 외 소득이 2400만원 이상의 사업소득이라면 사업자등록을 내고 사업과 관련한 비용 등을 잘 구비해야 한다. 소득이 늘어날 경우 신고가 복잡해 전문적으로 세무전문가와 의논하는 게 절세 방법이다."

회사에서 겸직 금지 규정 때문에 다른 가족의 이름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면, 이 세금을 투잡하는 사람의 계좌에서 내면 문제가 될까.
"부가가치세법상 타인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자등록과 관련한 가산세를 적용받거나, 심한 경우 처벌받을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부모님 등 가족 명의로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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