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방사광가속기, ‘네이처 논문 메이커’ 등극… “日 성능 능가”

조선비즈
  • 김윤수 기자
    입력 2020.06.25 06:00 | 수정 2020.06.25 11:31

    포항 가속기 이용 韓 연구 2건 네이처 동시 게재… 4세대는 전세계 단 4대
    태양보다 100경배 강한 빛 방출해 물질 구조·현상 정밀 관측
    반도체 집적 한계 극복⋅신약개발 기여 과학 인프라로 자리 매김
    내년 착공 청주 방사광가속기… 원천 기술 개발 인프라 확대

    경북 포항가속기연구소 전경. ‘PAL-XFEL’이라고 쓰인 일직선 모양 시설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이다. 오른쪽의 원형 시설은 3세대 방사광가속기이다./포항가속기연구소 홈페이지
    25일 국제 저명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국내 연구진의 논문 2건이 동시에 실렸다. 반도체 집적의 역설을 깨 차세대 반도체의 길을 연 원천기술과 분자가 탄생하는 모든 과정을 포착해 신약개발에 기여할 기술을 모두 세계 처음으로 확보했다. 2건 모두 포항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 원형 가속기 ‘PLS-2’와 4세대 선형 가속기 ‘XFEL’ 두 종류가 있다. 이 중 XFEL은 태양빛보다 100경(京)배 강한 빛을 낼 수 있는 일직선 모양의 연구시설이다. 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나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동안만 일어나는 짧은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강한 빛이 필요하다. 현재 이 정도 성능을 낼 수 있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지난 2017년 본격 가동된 우리나라 XFEL을 포함해 미국, 일본, 독일 등 전세계에 4곳에만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 빛을 내는 빔라인 장치의 구조./포항가속기연구소 홈페이지
    이효철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원자가 결합해 분자가 되는 전과정을 수십 펨토초 간격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 연구내용을 이날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XFEL의 ‘펨토초 엑스선(X선) 펄스’라는 장치를 이용해 강한 X선을 쬐어 원자의 화학반응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했다.

    연구팀은 지난 2005년과 2015년에도 여러 화학반응을 순간포착해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실린 바 있다. 당시에는 각각 프랑스와 일본의 방사광가속기를 빌렸지만, 2017년 포항에도 XFEL이 들어선 덕분에 이번에는 국내 인프라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이 부단장은 "일본 공동 연구진과 별도로 방사광가속기 실험을 했는데 일본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SACLA)로 얻은 데이터보다 우리가 XFEL로 얻은 데이터가 더 좋게 나와서 결국 우리의 것이 논문에 채택됐다"며 "굉장히 좋은 연구 기회를 제공받아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실제로 XFEL은 일본 SACLA보다 빛 에너지가 25% 더 강하고 안정적으로 가동된다고 알려져있다.

    신현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와 신현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도 PLS-2를 이용해 반도체 소자(素子)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는 절연체를 개발, 네이처에 이날 발표했다.

    반도체의 크기가 나노미터까지 줄어든 현재, 크기를 더 줄이면 외부 노이즈(전기)에 더 취약해져서 오히려 성능이 저하된다. 반도체를 작게 만들면 성능이 높아진다는 공식이 깨져 이를 ‘반도체 집적도의 역설'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PLS-2를 이용해 원자 배열이 불규칙한 신소재를 찾았다. 전자가 불규칙한 구조의 소재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에 착안, 이 소재를 이용해 기존보다 외부 노이즈를 30% 더 차단시킬 수 있는 반도체용 절연체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반도체의 크기를 줄이고 성능을 더 높일 ‘초격차 기술’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의 기술적 난제를 학계와 산업계가 협력해 해결한 모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효철 IBS 부연구단장./IBS 제공
    방사광가속기는 연구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시설인 만큼 수요가 많다. 이 부단장에 따르면 특히 XFEL을 이용하려면 6~8개월 전에 가속기연구소 측에 미리 연구 제안을 하고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3~6일간 XFEL을 이용할 수 있다.

    충북 청주(오송)에 들어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이 수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청주의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XFEL과 빛 에너지 성능은 비슷하지만, 한번에 1개의 연구를 수행하는 XFEL과 달리 최대 50개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내년에 착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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