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서 우선주가 이유없이 급등하는 기현상과 관련해 한국거래소가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주 급등 현상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나타난 바 있어 이번을 계기로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3일 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주식시장부와 투자자보호부는 최근 우선주 투자 과열이 지속되자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주는 주주총회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 우선권이 있는 주식으로 발행량이 적어 조금만 매수세가 몰려도 주가가 오르는 특성이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삼성중공우의 주가는 13배 넘게 뛰었다. 일양약품우(007575)(254.3%), 두산퓨얼셀1우(223.2%), 한화우(000885)(187.1%), SK증권우(001515)(167.7%), KG동부제철우(149.2%) 등 20개 넘는 우선주가 급등했다.
거래소가 시장경보제도를 발동하고 우선주 투자유의 안내문을 발표하는 등 시장 안정에 나서면서 일부 우선주 주가는 하락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다른 우선주로 옮겨가는 등 투자 과열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건설(000720)의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권 확보 소식에 보통주는 전날 7.51% 올랐지만, 현대건설우(000725)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날 삼성전자우(005935), LG화학우(051915), 현대차2우B(005387)등은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오르기도 했다. 삼성중공우는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돼 거래가 3차례 중단되는 등 강한 시장조치를 받아 주가가 39.5% 하락했지만 주가는 전날 기준 44만9500원으로 여전히 평소 가격의 8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정부의 3차 추경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지나치게 풍부해진 상황에서 기대 수익률이 큰 우선주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에 호재가 발생하면 보통주보다 발행량이 적은 우선주가 상승탄력이 높기 때문이다. 대신 악재가 발생하면 하락폭이 크고 거래량이 많지 않아 제때 팔기 어려울 수도 있다.
우선주 급등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발생한 적이 있어 거래소는 이번을 계기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5월에도 우선주 급등으로 보통주와 우선주간 평균 주가 괴리율이 300% 가까이 벌어져 거래소가 투자유의 안내를 발표한 바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선주 급등 문제가 2~3년마다 발생하다보니 2018년에 우선주 관련 대응방안을 마련했으나 시장 여건과 시기를 고려해 제도를 발표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구체적인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근 원유 ETN(상장지수증권) 투자 과열에 대한 시장규제조치를 내놓은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규제안을 내놓는 데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여러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으며 시간을 많이 끌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격제한폭을 손보거나 발행량을 늘리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가격상한폭을 기존 30%에서 15%로 낮추거나 가격상한폭을 없애는 방안이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가격상한폭을 낮췄을 때 상한가를 기록하면 오히려 이를 상승 신호로 받아들여 주가 급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아예 가격상한폭을 없애면 급등 현상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액면분할을 통해 발행 주식수를 늘리거나 발행 기업이 우선주를 사들여 우선주를 사실상 없애는 방법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