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뚫을까도 고민입니다."
"이번 달 월급 끌어모아서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 넣을까 하는데 가능할까요?"

‘기업공개(IPO) 대어(大漁)’라고 불리는 SK바이오팜의 청약 일자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개인 투자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4만9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SK바이오팜은 오는 23~24일 이틀간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증권가에서는 앞서 수요 예측이 끝난 기관 투자가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오전 기업공개(IPO) 관련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의 핵심 경쟁력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 "다른 바이오 IPO와는 달라…마통도 뚫어야죠"

SK바이오팜은 오는 23~24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391만5662주를 청약한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지난 17~18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한 결과 835.7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1월 상장한 삼성SDS 수요예측 경쟁률인 651 대 1을 큰 차이로 뛰어넘은 셈이다.

기관 투자자가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를 확약한 수량도 역대급이다. 확약 비율만 81.15%에 이른다. 50%가 넘는 건 이례적이다. 올 IPO 시장 대어인 SK바이오팜 주식을 한 주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신호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개미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바이오 업종 기대감과 앞서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2016년)·셀트리온헬스케어(2017년) 주가 상승을 경험한 학습효과로 SK바이오팜 청약을 기다려왔는데, 수요 예측까지 역대급으로 흥행하니 일반 투자자 공모 경쟁률이 높을 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높은 경쟁률에도 개미들은 청약 날을 손꼽고 있다. 다른 바이오 IPO 기업은 주로 임상 과정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공모에 나서지만 SK바이오팜은 이미 자체 개발 신약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신약 리스크(위험도)가 적다는 게 개미에게까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신약 개발 경쟁력에다 밸류에이션 매력까지 갖췄다고 여겨지는 SK바이오팜은 친구들 사이에서 꼭 청약해야 할 주식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청약 넣을 돈은 준비됐지만 워낙 경쟁률이 셀 것으로 보여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심모(30)씨도 "오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려고 한다"며 "SK바이오팜 인기 때문에 ‘1억원을 넣어도 100만원 어치 주식을 받을까 말까’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신라젠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장 폐지 기로에 서있는 항암치료제 개발 기업 신라젠은 지난해 8월 임상 중단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가 폭락했다.

SK바이오팜 청약을 맡은 증권사(NH투자·한국투자·SK·하나금융투자)에도 고객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개인 청약을 넣으려면 투자자는 청약일 전까지 상장 주관사 등으로 구성된 인수단 회사에 계좌를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픽=양인성

◇제일모직 개인 청약 기록 30조원 깨질까

이번 SK바이오팜 개인 청약은 2014년 제일모직 기록을 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제일모직에는 30조원에 육박한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개인 청약 경쟁률도 194.9 대 1이었다. 이는 당시 최고기록이었던 삼성생명 19조8944억원을 뛰어넘은 흥행 기록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현금 유동성도 풍부하고 최근 저금리 기조로 공모주 투자를 위한 대출비용이 낮다는 점도 SK바이오팜 개인 청약에 긍정적"이라며 "여기에 회사 기술경쟁력까지 갖춰졌다고 판단되고 있어 역대 개인 청약증거금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공모주 개인 투자자는 은행 대출로 준비금을 마련하고 청약이 끝나면 대출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IPO 공모주에 투자하는 일이 많다.

업계에서도 SK바이오팜이 다음 달 2일 상장하면 당장은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예상한다. 상장 당일 산술적으로 주가가 최대 12만7400원까지, 시가총액은 9조9771억원까지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상장 당일 주가는 확정 공모가 90%~200% 범위 안에서 시가(기준가)가 결정된다. 주가는 시가의 ±30% 범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

코스피200지수 조기 편입 기대감까지 나온다. 그간 대형 IPO 종목은 모두 상장 직후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됐다. 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넷마블 등은 모두 상장 후 반년 안에 코스피200지수에 들어갔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지수 편입 기대감 등 시장 변수까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에 특화한 신약 연구개발 기업으로 상장 전 기준으로 SK㈜가 100% 지분을 가진 SK 계열사다. 상장 후에도 SK㈜가 지분의 75%를 보유하게 된다.

SK바이오팜은 기면증과 뇌전증 치료제 2종을 FDA 승인받았다. 특히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신약개발부터 허가,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최초의 국산 신약으로 매출 1조원 이상 달성이 기대되는 의약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SK바이오팜은 IPO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엑스코프리 해외 직판체제를 구축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