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낮을 것" 기대에 6월 신규계좌 17% 증가
이모(41)씨는 지난 주 SK증권(001510)에 신규 계좌를 만들었다. 이달 23~24일로 예정된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을 하기 위해서다. SK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모두 4개 증권회사에 계좌가 있으면 청약을 할 수 있고 이미 다른 증권사의 계좌를 갖고 있지만 SK증권의 청약 경쟁률이 낮을 것 같아 신규 계좌를 만들었다. 그는 "(SK증권사가 다른 곳보다) 소형 증권사라 청약을 넣는 사람들도 적을 것 같아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며 "SK증권 계좌로 청약을 넣을 계획"이라고 했다.
SK바이오팜은 2011년 SK(034730)의 생명과학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기업으로 주로 중추신경질환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달 1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상장을 위해 1957만8310주를 공모한다. 공모예정가는 3만6000원~4만9000원이며 시가총액은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을 하면 공모가보다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상태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공동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모건스탠리가 맡았고 인수회사는 SK증권과 하나금융투자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이 관심을 끌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SK증권 계좌를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SK증권의 신규계좌는 6월 들어 전달보다 17%(일평균 계좌개설수 기준) 늘었다. SK증권 관계자는 "계좌 개설이 늘어난 것이 얼마만큼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지만,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을 받고 있는 다른 증권사의 계좌수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SK증권 계좌로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을 넣으려는 것은 공모주 청약 경쟁률과 관련이 있다. 공모주 청약은 상장 대표주관사, 공동주관사, 인수회사 등 6개 증권사 중 외국계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모건스탠리를 제외하고 4개 증권사에서 받는다.
배정물량은 NH투자증권이 180만1898주로 가장 많고 ▲한국투자증권 121만2816주 ▲SK증권 55만4430주 ▲하나금융투자 34만6518주 순이다. SK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는 많은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 증권사이기 때문에 배정물량이 조금 많다고 해도 배정될 가능성이 SK증권 보다 낮을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전망이다.
공모주 청약은 경쟁률에 따라 안분배정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경쟁률이 100대 1이면 1000주를 청약해도 10주만 배정받을 수 있다. 경쟁률이 낮을수록 같은 금액을 청약해도 실제 배정되는 주식수는 많아진다.
청약 한도면에서도 SK증권이 유리하다. 청약 한도는 최대 몇 주까지 청약할 수 있는지 각 증권사가 정해놓은 것이다. 안분배정의 특성상 경쟁률이 높을 경우를 대비해 최대한 많이 청약해야 배정을 받는데 유리할 수 있다. 일부 자산가들은 수억원의 증거금을 내고 수만주씩 청약하기도 한다.
일반 고객을 기준으로 SK바이오팜의 청약 한도를 보면 NH투자증권이 1인당 7만2076주로 가장 많고 SK증권이 5만주로 두번째로 많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4만주, 하나금융투자는 1만7000주다.
공모가가 주당 3만6000원일 경우 9억원의 여유자금이 있으면 이를 청약증거금(청약금액의 50%)으로 내고 SK증권에서 5만주(18억원)를 청약할 수 있다. 경쟁률이 100대 1일 경우 이 청약자는 500주를 받는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SK바이오팜처럼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모주의 경우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모아 최대한 많이 청약하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했다.
SK바이오팜은 각 증권사에 중복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는 여러 곳에 중복 청약을 넣는 것도 배정 물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저금리가 계속되고 있어 마땅히 돈 굴릴데가 없는데 바이오팜의 기업공개가 흥행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 공모주 청약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