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회사 니콜라가 상장된 지 4거래일만에 116년 역사의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 시가총액을 앞질렀다. 니콜라는 아직 실제 차량을 한 대도 출시하지 않은, 문자 그대로 스타트업이다. 트럭, 버스 등 상용차 시장에서 수소연료전지 차량의 가능성이 시장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미국 수소 트럭 회사 니콜라의 ‘니콜라 투’ 옆에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튼이 서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주요 경제매체는 9일(현지시각) 니콜라의 시가총액이 장중 한 때 포드를 앞질렀다고 전했다. 니콜라는 수소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상용차를 개발하는 회사다. 2014년 세워졌으며, 미국 증시 나스닥(NASDAQ)에는 지난 4일 차량·에너지 투자회사 벡토아이큐(IQ)과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됐다.

9일 니콜라 주가는 93.99달러까지 올랐다. WSJ는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300억달러(36조원)를 넘어서 포드 시총 288억달러(34조500억원)를 앞질렀다"고 설명했다 9일 종가로 니콜라 주가는 79.73달러로 시총은 263억1000만달러다. 포드는 주당 7.24달러, 시총 299억5000만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니콜라는 아직 실제 제품이 없다. 2021년 트레일러 운반 트럭을 출시하고 주류 회사 안호이저-부시 등에 납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스타트업이 GM(제너럴모터스)에 이은 미국 2위 자동차 회사의 시총을 한때 앞질렀던 것이다.

니콜라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트럭, 버스 등 상용차 시장에서 수소차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용차는 차량 자체 무게가 무겁고, 고중량 화물과 다수의 승객을 운송하므로 높은 출력을 요구한다. 기존 전기차 형태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트럭과 버스를 만들면 차량 무게가 급격히 늘어난다.

전기차의 대표 주자 테슬라는 올해 주가가 2배 이상 뛰었다. 테슬라가 공략하지 못하는 상용차 시장에 대한 기대 심리가 니콜라 상장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미국 수소 트럭 회사 니콜라의 트레버 밀튼 CEO(왼쪽)가 픽업트럭 ‘배저(Badge)’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와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40톤급 트럭의 구동계(파워트레인) 무게를 비교했다. 기존 디젤엔진은 7.5톤인데, 전기차용 배터리로 대체하면 10톤으로 중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수소차는 7.0톤이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중량 차이는 전기를 저장하는 데 쓰이는 배터리와 연료전지의 무게 차이 때문이다. 순수 전기 트럭의 경우 7.5톤 가운데 4.5톤이 배터리다. 수소 트럭은 연료 전지 0.15톤, 보조 전력 공급용 배터리 0.6톤이 쓰인다.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에도 수소차가 유리하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한계가 있는 반면, 수소차는 고압수소탱크만 더 달면 되기 때문이다.

일본 후지경제는 지난해 발표한 연료전지 전망 보고서에서 수소차용 연료전지 시장이 2017년 1757억엔에서 2025년 1조엔, 2030년 4조9275엔으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각국 자동차 업체들이 수소차 제품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하고, 2021~2025년 수소충전소 인프라가 대거 확충될 것으로 예상됐다. 후지경제는 특히 트럭, 버스 등 상용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수소차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핵심 역할을 상용차가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두 번째는 니콜라가 픽업트럭 출시 계획을 내놓으면서 수소트럭이 대형 트레일러트럭 뿐만 아니라 미국 가정에서 많이 보유한 픽업트럭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트레버 밀튼 니콜라 최고경영자(CEO)는 7일 ‘소비자향(consumer-oriented)’ 픽업트럭을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며, 오는 29일부터 예약판매를 받겠다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밀튼 CEO는 9일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픽업트럭인 포드 ‘에프(F)-150’을 직접 거론하면서 "제 목표는 픽업트럭 시장에서 F-150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하면 매출액을 급격히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수소충전소 등을 대규모로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부담이 늘어난다. 밀튼 CEO의 선언은 ‘실탄’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은연 중에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