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파이낸셜이 연 3% 수익률 혜택을 담은 ‘네이버 통장’을 출시하자 은행권이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통장’을 정보기술(IT) 공룡인 네이버(NAVER(035420))가 들고나오면서 은행 울타리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RP(환매조건부채권)형 CMA 상품인 ‘네이버 통장’을 출시했다. 원금이 100만원 이내면 올해 8월 말까지는 이용 실적에 관계없이 연 3% 수익을 지급한다. 9월부터 내년 5월까지는 전월에 10만원 이상 결제해야 같은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 통장에서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충전해 결제하면 3%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혜택도 담았다. 100만원까지만 예치할 수 있는 데다 이자소득세 15.4%도 떼야해 실제 혜택은 크지 않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수신 금리가 0%대로 떨어진 최근 상황 덕에 큰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먼저 ‘통장’이라는 단어 탓에 자칫 네이버 통장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네이버통장은 CMA라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데, ‘통장’이라고 하면 원금 손실 걱정이 없는 상품으로 읽힐 수 있다"며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적겠지만, 자칫 사고가 나면 은행 전체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은행권 통장은 예금, 적금을 말하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원금이 보전된다. 그러나 증권사 CMA인 ‘네이버통장’은 원금이 보전되지 않는다.

네이버파이낸셜이 홈페이지 하단에 작은 글씨로 "본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지 않으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해두긴 했지만, 모든 소비자가 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장’이라는 단어가 네이버와 결합한 데 따른 불안감도 있다. 이 상품의 운영은 미래에셋대우가 담당하지만 네이버 이름이 전면에 등장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3% 수익률을 내려면 위험성이 높은 채권을 섞어 운용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손실 위험이 아예 없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P형 CMA는 계좌에 입금된 돈을 환매조건부채권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금을 이자 형태로 지급한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네이버 통장은 국공채(정부 발행), 통안채(한국은행 발행) 외에 다소 리스크가 높은 일반 회사채도 섞어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통장에 대한 은행권의 우려는 결국 네이버가 은행업까지 넘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법적인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네이버 통장이라는 상품명은 네이버가 은행업에 진출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간편결제와의 싸움은 카드업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통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은행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이같은 반응에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통장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쓸 수 있는데다, 은행과 목표 고객군도 다르다"는 입장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네이버 통장을 출시하면서 "그동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사회초년생, 소상공인, 전업주부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금융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이 아우르지 못했던 금융 소비자들을 타겟팅한 만큼 은행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