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플랫폼·공유경제 시장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문제 등 기존의 논리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신(新)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22일 열린 플랫폼 분야 심사지침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내년까지 플랫폼 분야 심사지침을 만들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11일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통신기술(ICT)전담반 운영 진행 상황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알렸다. 가이드라인 성격의 심사지침을 통해 문제 해결의 판단 근거를 만들고, 플랫폼 관련 이슈별로 팀을 통해 집중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대기업집단 제재와 갑을문제 해소에서 ICT 발달로 새롭게 등장한 신산업의 혁신 경쟁 강화 쪽으로 정책의 무게추를 옮긴 행보다. 오프라인을 넘볼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시장 구조가 달라 기존 논리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운 온라인 플랫폼 산업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자는 취지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 플랫폼 강자의 갑질 논란이 발생하고 있지만,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판단할 만한 기준이 미비하다는 것도 작용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플랫폼 경쟁이슈 청년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플랫폼’ 이슈 집중해결 의지밝힌 공정위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는 기존 오프라인 시장을 넘볼 정도로 시장의 크기가 커지면서 독과점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지만, 기존 산업과는 시장 특성이 달라 시장지배력 남용이나 경쟁제한성 등에 대해 공정위가 적합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음식점과 주문자를 잇는 배달앱과 같이 '양면시장'을 특성으로 하고 있다. 고객이 단일한 일반적인 단면시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시장지배적지위남용·불공정심사지침을 적용해서는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한 공정거래법 집행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지적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을 소유한 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합병 사건이다. 공정위의 배민-DH 기업결합에 대한 판단은 시장획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장 획정은 제품의 특성에 따라 수요나 공급 대체성으로 판단하며 시장의 규모와 범위를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달앱 시장만 놓고 본다면 배달의민족과 DH의 합병 후 시장점유율이 배달앱의 약 99%를 차지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승인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온라인 배달 시장 전체로 본다면 조건부 승인을 내릴 수 있다.

또 현재 시장지배력 남용 심사기준은 가격 인상에 따라 구매자가 구매를 전환할 수 있는지로만 시장획정을 따진다. 가격이 인상될 때 소비자가 다른 상품 등으로의 구매 전환이 가능하다면, 시장지배력이 남용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배달앱이 소비자에게 무료인 것처럼,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는 양면시장의 한쪽인 소비자에게는 ‘무료’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현 기준으로는 시장획정이 어렵다.

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상·하방 연관시장에서 동시에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사서비스를 경쟁서비스보다 우대하는 ‘자사우대’ ▲고객이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막는 ‘멀티호밍 차단’ ▲다른 경로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최소 동일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 책정을 요구하는 ‘최혜국대우’ 요구 등 새로운 경쟁전략을 구사하면서, 현 심사지침으로는 플랫폼의 행위를 제대로 식별하고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ICT 전담반 발족…플랫폼 분쟁 해결 기준도 내년 제정

이에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등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문제에 ICT 전담팀을 통해 종합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일종의 분쟁 해결 가이드라인으로 신속한 사건 처리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플랫폼 분야 심사지침도 올해 태스크포스(TF) 운영과 연구용역을 토대로 내년 안에 마련한다.

공정위 ICT 전담팀은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 등의 불공정행위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설치됐다. 팀장은 공정위 사무처장이 맡았고 시장감시국 등을 주축으로 온라인플랫폼, 모바일, 지식재산권 등 3개 분과, 15명 내외로 구성된다.

ICT 전담팀 정책분과는 지난 3월 킥오프 회의 개최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중소상공인 간 불공정거래 대응방안 ▲구독·공유경제 관련 분야 불공정약관 검토 및 시정 ▲킬러 인수에 대한 감시 강화 방안 등 11개 과제를 선정했다.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과 앱스토어, 오픈마켓 등 다양한 플랫폼과 중소상공인간의 계약에서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고, 플랫폼 사업자간 공정거래질서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플랫폼 사업자간 분쟁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심사지침도 마련한다. 향후 플랫폼 산업에서 발생하는 시장지배력 남용이나 불공정거래 사건 심사에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심사지침을 통해 신속하고 엄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다. 법 기준 마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시장획정 방법과 시장 지배력, 경쟁 제한성, 자사우대·멀티호밍 등 새로운 행위 유형에 대한 위법성 판단 기준 등 논의 과제를 선정하고 내년까지 심사지침을 제정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심사지침은 논란이 되는 배민-DH 기업결합 사건에는 적용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배민과 요기요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는 계획이지만, 심사지침은 내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해당 기업결합 심사를 위해 ‘배달앱 사업자 간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을 한국산업조직학회에 맡겼는데, 그 기간은 10월까지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