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격한 경제·산업 지형 변화와 관련해 빠짐없이 등장하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면 바로 '클라우드'입니다.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동력을 클라우드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클라우드는 이미 수년에 걸쳐 미국의 IT 공룡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왔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들 기업은 클라우드가 인공지능(AI) 시대를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될 언택트(Untact) 시대에 클라우드는 공공, 기업, 사회 시스템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재조명받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변화의 핵심으로 클라우드를 꼽았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
클라우드는 쉽게 말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의 정보자원을 직접 구축해 운영하지 않고 네트워크에 접속해 이용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이용자가 요청할 때마다 필요한 자원을 할당해 제공합니다. 말하자면 데이터를 전기나 수도처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초기에 클라우드의 도입 목적은 주로 기업의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 생산성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AI와 언택트 시대를 맞아 그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저장되기 시작했고, 2012년을 기점으로 개화한 딥러닝 등 발전한 AI 기술이 만나 막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분석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클라우드가 전 국가적인 재해·질병확산 등 재난사태에 따른 기업위기, 경영환경 악화 등에 대응하는 안전망으로도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위기 상황시 물리적인 공간에서 기업 경영이 불가능해질 경우 클라우드는 가상의 환경에서 경영이 영속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일부 기업들이 화상회의, 원격근무 등을 빠른 시간 내에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클라우드의 존재 덕분입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 팩토리, 재고 관리 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7000억원, 현대·기아차는 7년간 4000억원을 투자해 업무 환경의 클라우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NIPA는 "클라우드를 도입해 제품 라이프사이클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제품 출시 시간을 단축하고 소비자들의 요구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로 큰 화두가 된 원격의료와 클라우드 기반의 의료정보 시스템에도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NIPA는 보고서에서 "현재 도입률은 낮지만 차세대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 고려와 함께 지능형 대응 서비스 수요 등이 활성화될 전망"이라며 "특히 대형병원 시스템의 클라우드전환, 지능형 진단 서비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IT 강국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는 '낙제점'
하지만 난관도 있습니다. 한국은 IT 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클라우드 도입률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13% 수준으로 OECD 전체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최근 베스핀글로벌의 조사에도 10인 이상 기업의 17.9% 정도만 클라우드를 도입해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클라우드에 기반한 빅데이터 분석·활용도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이 2018년 발표한 빅데이터 활용 순위도에서 한국은 31위에 그쳤습니다. 이는 미국, 유럽에 비해 경직된 개인정보 관련 법안 때문입니다. 최근에서야 '데이터3법'을 통해 규제를 개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NIPA는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IaaS) 기업과 서비스(SaaS)·SI 기업들의 사업 방향성이 분절되고 서비스도 부족해 시장의 글로벌 기업 의존 경향이 심화됐다"며 "국내 클라우드 기업 간 대중소 협력을 강화해 상호 간 협력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 적용 가능한 서비스를 창출·확산하는 동반성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