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역과 지방 광역시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파는 행위가 사실상 금지된 결과로 지방 일부 대도시로 투자자가 몰려들고, 규제를 피한 입주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거라는 우려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규제지역이 아닌 수도권 및 지방 광역시 민간택지에서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은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로 길어진다. 이에 따라 경기 가평과 여주 등 일부 자연보전권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역과 부산, 대전, 울산 등이 사실상 전매제한 지역이 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모습.

정부가 전매제한 규제를 강화한 것은 비규제지역 청약에서 당첨돼 계약금만 낸 다음, 6개월 후 프리미엄을 얹어 되파는 투자수요가 극심한 것이 집값을 자극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토부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민간택지에서 20대 1을 넘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당첨자 4명 중 1명은 전매제한 기간 종료 후 6개월 이내 분양권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이 인기를 끄는 것은 우선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주택보증공사(HUG) 등이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기존 아파트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되고, 단기간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권 규제가 강화되면 청약 열기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투자수요가 걷히고 실수요자만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입주권으로 투자자가 몰려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조합원에게 주어지는 입주권은 기존 건물의 평가액과 납부 청산금, 프리미엄 등이 모두 포함돼 가격이 책정된다. 청약이 아닌 기존 주택 매수처럼 매입 비용을 짧은 시일 내에 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총 비용을 기준으로 보면 분양권보다 다소 저렴한 경우가 많다.

이미 서울 아파트 입주권 거래는 분양권 거래보다 활발하기도 하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권은 지난해 7월 205건, 지난해 10월 175건, 지난 2월 77건이 거래됐다. 같은 기간 분양권은 각각 75건, 41건, 13건 거래됐다. 이 시장이 더 주목을 받으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규제지역인 서울이 분양권보다 입주권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수도권 지역도 분양권 거래가 막힌 이후 입주권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규제가 시행되는 8월 이전까지는 단타를 노릴 수 있는 분양권 시장이 과열되겠지만, 이후로는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입주권 시장으로 투자자가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또 투자수요가 지방 중심지로 몰릴 거라는 예상도 한다. 이 밖에 분양권 거래보다는 서울의 ‘똘똘한 한채’ 매입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방 대도시 곳곳은 이미 집값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5월 첫째 주(4일 기준) 충북 청주시 아파트 값은 전주보다 0.11% 올랐다. 청주 아파트 가격은 올해 1월부터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충남 천안시 아파트 가격도 전주보다 0.07% 올랐고 전남 순천시 아파트 가격도 일주일 만에 0.05% 상승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권 전매로 이익을 노리던 투자자들이 정부 규제가 미치지 않는 지방 대도시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인구가 50만명 이상인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이 회복되는 지역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최근 방사광가속기가 구축되면서 투자자가 몰려간 청주나 수도권과 가까운 천안, 강원도 원주 등 개발 호재가 있고 미분양이 급감한 지역들에 투자자가 몰릴 것"이라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하려면 전국 분양시장에 대해 전매 규제를 강화해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권 전매 금지가 강화되면서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이 똑같은 제재를 받는다면, 서울로 수요가 돌아올 수 있다"면서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