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환 전 예산실장이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승진하면서 정부 예산을 편성하는 기재부 예산실이 새로운 진용을 구축하게 됐다. 후임 예산실장으로는 안도걸 예산총괄심의관이 승진했다.
경남 밀양 출신인 안 차관과 전남 화순 출신인 안 실장이 재정당국을 이끌면서 영남과 호남이 균형점을 잡게 됐다. 전임 ‘구윤철 2차관(현 국무조정실장, 경북 성주 출신)-안일환 예산실장’ 체제에서는 영남 출신이 재정당국을 이끌었다.
이번에 새 진용을 구축한 예산실 국장급 인사에서는 강원, 충북 출신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예산실 주요 보직에 ‘지역 균형’ 원칙이 두루두루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남 출신들이 요직을 독점했던 보수 정부에서의 예산실 인사와 차별성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안일환 2차관 승진 후속 예산실 인사를 단행했다. ‘예산실의 꽃’으로 불리는 예산실장에는 안도걸 전 예산총괄심의관이 임명됐다. 예산실 선임 국장인 예산총괄심의관에는 최상대 사회예산심의관이 이동하고, 사회예산심의관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최측근인 김완섭 비서실장이 배치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오는 6월 초 발표될 3차 추가경정예산안, 내년 정부 예산안 등을 편성할 예산실의 진용 구축이 마무리됐다. 새 진용이 구축된 예산실 인사에서는 전문성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 출신이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지역 균형’ 원칙이 주요하게 반영됐다. 보수 정부에서는 예산실 주요 보직을 영남 등 특정 지역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전반적으로 과거 정부에서는 발탁이 드물었던 호남 출신이 약진한 가운데, 특정 지역이 인사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없도록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당국 최고위 당국자인 2차관에 경남 출신 안일환 차관(행정고시 32회)이 임명된 가운데, 정부 예산 편성을 총지휘하는 예산실장에 전남 출신 안도걸 실장(행시 33회)이 선임됐다. 안 실장은 지난 2004년 장병완 예산실장(현 민생당 의원, 전남 곡성 출신, 행시 17회) 이후 16년만의 호남 출신 예산실장이다. 영호남 균형을 맞추면서도, 그동안 호남 지역에서 예산실장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산실 국장급 인사에서도 지역균형 원칙이 두루두루 적용됐다. 예산실 실무를 총괄하는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행시 34회)은 경북 포항 출신이다. 최 국장을 예산총괄심의관에 배치하면서 ‘진보 정부에서 TK(대구·경북) 출신을 홀대한다’는 논란을 피하게 됐다. 최 국장은 복지예산과장, 예산정책과장, 예산총괄국장, 사회예산심의관 등 예산실 국·과장 보직을 두루 거쳐 최고 예산 전문가로 손꼽힌다.
사회예산심의관에 임명된 김완섭 국장(행시 36회)은 강원도 원주 출신이다. 예산실 보직 국장에 강원도 출신이 배치된 것은 2008년 기획재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기재부 출범 이전 역사를 돌이켜 보면 강원도 출신 예산실 국장은 기획예산처 시절이었던 2007년 이수원 재정운용기획관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2월 인사에서 예산실에 들어온 한훈 경제예산심의관(행시 36회)은 전북 정읍 출신, 이용재 복지안전예산심의관(행시 35회)은 충북 충주 출신이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광주·전남, 대전·충남에 비해 인구가 적은 전북과 충북 출신도 예산실 주요 보직을 맡기 어려운 지역으로 인식됐었다.
김경희 행정국방예산심의관(행시 37회)은 경남 통영 출신으로, 여성으로는 사상 최초로 예산실 국장에 올랐다. 김 국장은 과장 때는 세제실 주요 과장 보직을 거쳐, 기재부에서는 보기 드물과 세제와 예산을 두루 경험하는 이력을 쌓고 있다.
예산실은 국장급뿐만 아니라 지난 2월 과장급 인사에서도 지역균형 원칙을 주요하게 반영했다. 예산실 총괄라인인 예산총괄과장과 예산정책과장에는 경북 출신 박준호 과장(행시 41회)과 광주 출신 박창환 과장(행시 41회)을 배치했다.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편성하는 국토교통예산과장에는 광주 출신 임영진 과장(행시 42회)을, 170조원 규모 복지예산 책임지는 복지예산과장에는 TK출신 김태곤 과장(행시 42회)을 각각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