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코로나 대유행과 세계 석유 시장의 붕괴로 인한 ‘이중 위기’에 처하면서 고통스러운 조치를 취하고 강도 높은 지출 삭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모하메드 알자다인 사우디 재무장관이 인터뷰를 통해 "사우디 왕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이런 심각성의 위기를 목격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아주 강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조치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미 코로나 대유행 확산을 막기 위한 엄격한 통행금지령을 적용 중인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석유 가격 폭락과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그 동맹국들이 협상한 생산 삭감으로 인한 두번째 영향을 각오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3월 50% 폭락해 사우디 중앙은행의 순외자산은 월 270억달러(약 33조480억원)나 감소했다.
알자다인 장관은 "국유 수입은 절반 이상 감소했고 비석유 수입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가격은 소폭 회복됐지만 배럴당 26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사우디 관리들이 지난 12월만해도 2020년 예산을 발표했을 때 원유 가격은 60달러가 넘었다.
알자다인 장관이 일주일 전만 해도 기자들과 만나 "더 나쁜 상황 일수도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상황을 헤쳐나가겠다"고 안심시킨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변화를 보인 셈이다.
그는 또 토요일에 정부 지출에 대해서는 "깊이 삭감할 필요가 있다"면서 "영향을 받을 예산 항목의 목록이 매우 길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 다각화 계획인 ‘비전 2030’에 따른 일부 프로그램들도 코로나 확산을 늦추기 위한 조치로 시행이 지연되면서 지출 삭감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 기본적 요구를 건드리지 않는 한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 차입을 늘리려는 계획에서 국내 은행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질문에는 은행 부문의 유동성이 매우 높고 왕국이 국내외적으로 부채를 계속 발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향후 몇년 안에 국가 지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공공 재정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세상이나 왕국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는 지난 금요일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의해 국가 신용등급이 ‘A1’으로 유지되면서도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사우디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하방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