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구독상품, 해지하려면 1년 이용료 50%를 위약금 부과
처음 가입 시 명시 안 해… 약관 맨 아래까지 읽어야 확인
공정위 "부당한 손해배상 부과는 무효… 약관법 위반 소지"
구독형 상품 과금방식 논란 연장선… 당국 적극 제재 분위기

어도비 구독 상품 가입 시 위약금에 대한 내용은 약관을 직접 찾아 들어가 맨 아래까지 읽어야 확인할 수 있다.

#직장인 이모(32)씨는 지난 달 포토샵 무료 체험 상품을 썼다가 황당한 경험을 겪었다. 유료 전환하는 시점에 구독 취소한다는 것을 깜박했다가 뒤늦게 해지하려고 문의하니 "위약금 12만원을 내야 한다"는 통지를 받은 것이다. 알고 보니 이씨는 자신도 모르게 1년짜리 상품에 가입 돼 있었고, 회사는 "약관을 보면 도중에 해지할 시 이용료의 50%를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고 했다. 이씨는 약관을 어떻게 일일이 다 확인하면서 가입하냐고 사정했지만 회사는 "정 그렇다면 좀 더 유리한 조건의 상품으로 바꿀 수 있도록 혜택을 주겠다"며 위약금 면제를 거부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어도비(Adobe)의 구독형 모델이 무료 체험판을 내세워 비싼 위약금이 결합된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어도비는 포토샵, 프리미어프로, 일러스트레이터 등 디자인·동영상 관련 소프트웨어 제품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상품에 따라 위약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각종 소프트웨어를 종합한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이용료가 월 6만2000원이어서 첫 달에 해지할 시 위약금이 1년치 결제액의 50%인 37만2000원이다. 어도비는 유료 전환 뒤 2주 이내에 환불을 요청해야만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해주고 있다. 이처럼 이용자의 사용 기간에 상관 없이 일괄적으로 위약금을 매기는 것은 약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도비코리아보다는 미국 본사에 문의하는 게 낫다"

어도비 구독 상품을 이용한 국내 고객들은 어도비코리아를 통해 환불을 요청할 시 약관 조항을 들어 위약금 면제를 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도비의 환불 정책 때문에 인터넷에는 어떻게 위약금을 안 물고 환불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네이버에 ‘어도비 환불’ 또는 ‘어도비 위약금’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된다. 환불에 성공했다는 한 블로거는 "일단 (국내 지사인) 어도비코리아는 절대 수수료 면제를 해주지 않는다"며 "미국 본사에 연락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처음 문의를 하면 해지 대신 더 좋은 조건의 다른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유한다"며 "그러나 이때 학생이라 돈이 없다고 계속 매달리면 위약금 없이 취소해준다"고 했다.

또 다른 블로거도 "국내 어도비를 통해 문의하면 안 되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지역을 미국으로 설정한 뒤 채팅 상담을 하라"며 "무조건 ‘돈이 없다’ ‘아직 취업도 안 됐다’고 호소하면 된다. 그러면 영업일 기준 5~7일 뒤 환불해 준다고 안내해 준다"고 했다. 다만 어도비 본사에 문의를 하려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또 위약금 과금 여부가 상담사 개인의 재량에 달렸기 때문에 항상 된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공정위 "1년 비용 절반을 한꺼번에?… 사용 기간에 따라 나눠야"
구독형 상품의 과금 방식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는 이용자 동의 없이 요금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명령에 해당 약관 조항을 고쳤다.

IPTV 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도 주문형비디오(VOD) 월정액 서비스의 환불을 제한하는 정책을 취했다가 공정위 제동에 약관을 바꿨다. 기존에는 동영상 시청 여부와 상관 없이 서비스 해지 시 1개월 요금 전액을 지불해야 했지만 이제는 7일 이내 청약을 철회하면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게됐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 유튜브 프리미엄의 이용요금과 서비스 철회·해지 방법 등에 대해 "거짓 또는 미고지했다"며 구글코리아에 과징금 8억6700만원을 부과했다. 부가세 없는 가격으로 상품을 소개(중요사항 미고지)했고, 이용자 해지 요청 시 다음달 결제일이 돼야 처리되도록 한 것(서비스 해지 제한 행위)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도비의 위약금 약관에 대해 "1년 치 비용의 절반을 한꺼번에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일괄해서 할 게 아니라 일 또는 개월 수로 나눠서 물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약관법에 따르면 고객에게 부당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라며 "어도비의 일방적인 약관 조항이 약관법 위반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는 약관 그 자체보다는 사업자의 서비스 행위에 문제가 있는지를 보는 곳"이라며 "어도비의 위약금 부과 방식이 중요사항 미고지에 해당한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어도비코리아 관계자는 "위약금 문제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구독 플랜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 고객은 고객센터를 통해 지원해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