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 도원과 대구역 중 어디가 나을까요?"
대구 부동산 수요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 오픈 채팅방에는 요즘 쏟아지는 청약 물량에 어느 아파트에 넣는 게 좋을지를 문의하는 질문이 부쩍 늘었다. 대구에서는 이달에만 4건의 청약이 진행됐는데,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규제지역인 수성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라앉은 지역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대구 청약 시장에서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4~6월 대구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총 1만2019가구다. 올해 대구의 전체 분양 물량은 2만5020가구로 2분기에 전체 분양 물량의 절반이 몰려 있다.
분양 물량이 많다 보니 청약 경쟁률은 다소 내려간 모양새다. 지난달 분양한 ‘청라힐스자이'는 394가구 모집에 청약 통장 5만5710개가 몰렸다. 하지만 이번달부터는 대형 건설사들의 인지도를 앞세운 신축 아파트들이 잇따라 분양에 나서면서 청약자들은 다소 분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두자릿수 경쟁률은 기본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6일 진행된 중구 도원동의 ‘힐스테이트 도원 센트럴’ 1순위 청약에는 총 639가구의 일반공급 물량(특별공급 제외)에 1만7880명이 신청해 평균 27.98대 1의 경쟁률 기록했다.
투기과열지구인 수성구 범어동 ‘쌍용 플래티넘 범어’도 지난 14일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22.6대 1을 기록했다. 121가구 모집에 2733명이 신청했다. 지난 8일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달서구 본리동 ‘뉴센트럴 두산위브 더제니스’는 213가구 모집에 3136여명이 청약해 평균 1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1일까지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대구 중구 남산동 ‘반월당역 서한포레스트’도 101가구를 모집한 1순위 청약에 1만2082명이 몰려 119.62대 1의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런 청약 시장 분위기는 대구의 기존 아파트 시장과는 다른 모양새다.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3월 첫째 주부터 내리 7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6월까지 청약시장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수성구를 제외하면 모두 비규제지역이어서 초기 계약금 마련이 비교적 용이한데다 새집으로 갈아타려는 수요 역시 꾸준하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에는 4월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와 ‘힐스테이트 동인 센트럴', 5월 ‘대구용산자이’ 주상복합, 6월 신암뉴타운 화성파크드림 등 대형 건설사들이 분양하는 물량이 줄줄이 예정돼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대구 수성구나 중구의 경우 본래 수요층이 두터운 곳"이라면서 "비규제지역은 서울에 비해 분양권 전매가 용이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도 함께 몰리고 있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멸실로 구도심 내에서의 수요가 충분한 데다 지역 내 갈아타기 수요 등이 겹친 결과"라면서 "수도권 일부를 빼고는 시장이 꺾이는 분위기여서 지방 광역시의 비규제지역 청약을 노린 투자 수요가 몰리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수도권에서 개발 가능한 택지가 부족해져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으로 대거 눈을 돌리고 있는 점도 대구 청약 흥행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면서 "분양 아파트들이 시세와 동일한 가격이어도 신축이어서 상대적으로 싸 보인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청약 시장 열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달 대구를 제외한 지방 청약 성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지방 청약 중 평균 187.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전주 ‘우아한시티'를 제외한 모든 단지들이 미달됐다. 경남 거제의 ‘포레나 거제 장평’, 충남 당진의 ‘당진 효성 해링턴플레이스’, 경북 상주 ‘냉림동 현대 유니언’ 등 3군데가 모두 미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