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등 왕복비용 낮추는 기술 발전 가속… 우주 자원채굴 실현 가능성 커져
美 "우주를 세계 공동자산으로 보지 않아"... 중국⋅일본⋅인도 등도 달탐사 경쟁 가세

지난해 9월 개봉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SF영화 '애드 아스트라(Ad Astra)'에서 달은 인류가 정복한 위대한 도약의 땅이 아닌 무법자들의 땅으로 묘사된다. 그레이 감독은 미래의 우주 개발 경쟁을 결과적으로는 과거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전쟁처럼 약탈과 전쟁으로 얼룩진 회색공간으로 그렸다. 지구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던 주인공은 달에 도착하자마자 환멸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단순히 한 예술가의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실제 2000년대 들어 달은 희토류 등과 같은 희귀광물의 '광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며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경쟁적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이 달을 비롯한 우주 자원을 자유롭게 채굴하는 것을 돕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 등 우주를 신사업 무대로 겨냥한 프로젝트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먼 미래 같았던 우주자원 채굴이 현실과 가까워 지고 있다.

1969년 7월 20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인 버즈 올드린이 달에 착륙해 지진계를 설치하는 모습.

다만 미 정부의 이번 행정명령은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행정명령은 ‘우주공간이 법률적으로, 물리적으로 인간 활동의 영역'이라면서도 '미국은 우주를 세계 공동의 자산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지난 1979년 프랑스와 호주 18개국이 체결한 달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다. 달 협정은 달 탐사는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수행해야 하며 달 천연자원은 인류 공동유산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달 탐사와 채굴을 통해 이뤄지는 자원을 자국에 귀속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는 추후 달에서의 자원 채굴 경쟁이 본격화된다는 가정 하에 국가적 분쟁이 벌어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관건은 달을 비롯한 행성, 소행성 등에 희귀자원들이 존재하는 지 여부다. NASA에 따르면 달에는 무엇보다 희토류가 수톤 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네오디뮴, 세륨 등 희토류로 통칭되는 17개 화학원소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귀자원으로, 전자제품이나 친환경 에너지분야 제품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재료다. 희토류는 지구상에서 중국이 최대 생산국으로 미⋅중 무역전쟁에서 카드로 꺼내들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원이다.

또 달의 북쪽 동경 18도∼43도 지역의 표토에는 최소 1만 톤의 헬륨-3(Helium-3)이 함유돼 있다. 약 370톤의 헬륨-3는 인류가 1년 동안 소비하는 모든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발사체의 효율성이었다. 실제로 달에서 희귀자원 채굴에 성공한다고 해도 지구를 왕복하는 비용이 높다면 산업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이 분야에서는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들이 비약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150톤의 화물을 우주로 운송하는 발사체가 완전히 재사용이 가능해질 경우 회당 200만달러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박종원 스타버스트 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은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는 우주로 물건을 보내는 운송비가 킬로그램당 13달러로 떨어지는 셈"이라며 "비행기로 해외 배송을 보내는 것과 비슷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달에서의 자원채굴을 위한 기술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전되면서 달 정복을 위한 마스터플랜도 등장했다. 1960년대 달 왕복 시대를 연 NASA는 2020년대를 달에 머무는 시기로 설정했다. 이어 2022년 달 궤도 왕복, 2024년 달 착륙, 2026년 달 궤도 정거장 완성, 2028년 달 기지 건설이라는 일정을 잡고 있다. 후보지는 물 자원이 많은 것으로 발견된 달 남극 주변이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달 탐사도 본격화됐다. 중국은 지난해 초 처음으로 달 뒷면에 무인탐사선 창어 4호를 보냈다. 중국은 창어 4호를 통해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고 올해 말 창어 5호, 내년에 창어 6호를 잇따라 달에 보낸다. 2025년까지 인류 최초의 달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일본은 2007년 달 궤도선을 쏜 데 이어 2030년에는 유인착륙선을 보낼 방침이다. 인도는 2008년 달궤도선에 이어 이달 말 착륙선을 쏘아 올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