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과태료 감경" 주장하지만 20% 덜 내는 조기납부는 포기
과태료 내면 내부통제 소송 중인 손태승 회장에 불리하다 판단한듯

우리은행이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부과받은 197억원의 과태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액수를 줄이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과태료를 내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고, 이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 사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DLF 관련 과태료 부과통지를 수령했으나 향후 해당 행정청에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라며 "이의제기 시점에 이 과태료 부과 처분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밝혔다. 함께 과태료를 받은 하나은행은 아직 이의제기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우리·하나은행에 각각 197억1000만원, 167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1심’ 격인 금융감독원이 결정한 230억원, 260억원에 비하면 대폭 낮아진 수준이지만, 줄어든 과태료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지난 2018년 무차입 공매도로 7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골드만삭스였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대외적으로는 ‘과태료 감경’을 위해 이의제기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절차인만큼 통상적인 과정이며, 특히 대규모 과태료를 부과받은 기업일수록 이의제기 절차를 밟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이 이의제기할 수 있는 기한은 과태료를 부과받았던 지난달 25일 이후 60일 간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과태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가장 큰 목적은 손 회장 관련 소송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DLF 사태가 발생했고, 그 최종 책임은 손 회장에 있다며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다. 손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을 받아 지난달 연임에 성공했고, 현재 징계 자체를 무효화하기 위한 본안 소송을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이 과태료를 순순히 납부하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이 이번 이의제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과태료 통지서를 받자마자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관련된 과태료에 대해서만 이의제기할 수 있는지 금융위에 질의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분할 이의제기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통제기준 의무 위반 과태료는 약 5000만원으로, 전체 과태료의 0.2%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이 전체 과태료의 20%를 할인받을 수 있는 ‘조기납부’ 기간을 넘긴 것 역시 단순히 ‘과태료 줄이기’를 위해 이의제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4일 과태료 사전통지서를 받은 우리은행은 이로부터 14일간 의견을 제출할 수 있었고, 이 기간 중 자진납부하면 전체 과태료의 20%를 감경받을 수 있었다. 이 경우 우리은행이 아낄 수 있는 금액은 약 39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이의제기 신청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이의제기할 예정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최종 결정은 이미 내려진 만큼 (과태료가 적법한지에 대해선) 행정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