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조선소들이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자 정부 지원을 무기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은 중국 정부의 금융지원이나 저가 수주를 내세워 방식으로 수주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 행보가 한국 조선소들의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 교통은행의 금융 자회사 교은금융리스는 지난달 글로벌 에너지기업 로얄 더치 쉘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교은금융리스는 중국선박그룹(CSSC)에 LNG를 연료로 쓰는 LR2급 정유운반선 12척을 발주하는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조 건조는 CSSC의 자회사인 중국 상해외고교조선(SWS)와 중국광저우조선소(GSI)가 맡을 계획이다. 해당 선박은 2022년 건조가 완료되면 교은금융리스와 로열더치셸이 맺은 15년 용선 계약에 투입될 전망이다.
독일 해운업체 하팍로이드도 중국 조선소에 컨테이너선 발주를 맡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팍로이드의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1조3500억원 규모)은 중국 조선소인 후동중화조선이나 장난조선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계에서는 하팍로이드가 중국 정부의 금융지원 때문에 중국 조선소를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국영 조선그룹 CSSC 금융 계열사인 CSSC리싱은 해외 선사들이 선박을 발주하면 계약대금을 지원해왔다. 중국 금융권은 선사로부터 선박을 인수해 그 선사에 재용선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LB) 사업도 진행했다.
중국 조선사들은 낮은 신조선가를 내세워 수주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도 보이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은 최근 캄사르막스 벌크선 선가로 척당 2600만~2700만 달러(316억~328억원)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년도 10월 3300만달러(404억원) 대비 20% 가량 내린 수준이다.
중국 정부와 조선소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성과도 내고 있다. 중국 조선소는 코로나 영향이 있던 1~2월 모두 한국에 밀려 2위를 차지했으나, 지난달 수주 물량을 크게 늘리며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올해 1분기 국가별 누계 수주는 중국 151만CGT(55척·65%), 한국 36만CGT(13척·16%), 일본 18만CGT(12척·8%) 순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3월 전세계 발주량 1위는 중국이 차지했다"며 "3월 중국 수주 선박의 대부분(56만CGT, 88%)이 유조선, 컨테이너선 위주의 자국 발주 물량"이라고 분석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조선소들이 4년 전처럼 공격적으로 영업 중"이라며 "한국 조선소들의 신조선가까지 내릴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정부 금융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와 유가 하락세에 선박 수주를 늘리기 쉽지 않고, 자금 회수가 어려워 유동성 위기가 생길 가능성도 크다.
이병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선박인수 지연, 자금회수 차질 등으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며 "선박 제작금융의 만기연장, 운전자금 공급 등 금융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