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가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의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는 20년만에 최저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유럽에는 이전과 동일한, 미국에는 더 높은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하게 됐다.
로이터 통신은 아람코가 대표 유종인 아랍경질유의 5월 아시아 인도분의 공식판매가격(OSP) 할인폭을 오히려 확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5월 아시아분 OSP는 오만·두바이유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7.30달러 낮은 가격에 책정됐다. 이는 4월 인도분의 할인폭보다 배럴당 4.20달러 더 낮다.
앞서 미국을 제외한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동맹인 OPEC+를 통해 5~6월 2달 동안 일평균 970만배럴(bdp)의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고 최종 합의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의 10%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산 조치다.
외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도분을 더 낮은 가격에 책정했다고 분석했다. 즉 아람코가 주요 수출처인 아시아 OSP 할인폭을 4월보다 더 낮춤으로써 감산 합의가 촉발할 유가 인상을 일정 부분 상쇄해 저유가 상황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미 경제매체인 마켓인사이더는 "아시아는 아람코의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에 이를 계속 장악하려는 것이다"며 "반면 미국 시장은 이미 러시아가 장악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유국들이 유가를 올리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로 석유생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오히려 국제 석유 가격은 더 떨어졌다. 13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선물은 전장 대비 35센트(1.5%) 내린 배럴 당 22.41달러를 기록했다. 반면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26센트(0.8%) 오른 배럴당 31.81달러로 체결됐다.
전문가들은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세계 원유 수요 타격을 상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전문가는 "역대급 감산 규모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유 감소에 주는 영향 역시 역대급이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