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한 이후 크게 줄었던 중국 굴삭기 판매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기계업체들은 중국의 회복세에 안심하면서도 뒤늦게 코로나가 확산한 북미 시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에 따른 시장 침체가 1~2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 중국 굴착기 시장 회복세에 안도하는 국내 건설 기계 업체

11일 중국공정기계협회에 따르면, 우한 코로나 확산 초기 중국 굴삭기 판매 대수와 가동 시간 모두 줄었다. 지난 1월, 2월 중국 내 굴삭기 판매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4%, 60% 감소했다. 일본 히타치는 중국 굴삭기의 1~2월 누적 평균가동시간이 전년도 1~2월 대비 28%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3월 들어 중국 내 굴삭기 판매는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달 중국에서 판매된 굴착기는 총 4만6201대로 지난해 3월(4만1884대)보다 시장 규모가 10.3% 증가했다. 월간 판매량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셈이다.

그래픽=정다운

국내 건설기계업체들은 중국 시장 회복세에 한숨을 돌리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난 1월 판매량은 370대, 2월은 482대에 그쳤다. 전년도 1월, 2월 대비 53%, 30% 수준에 그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판매량은 3월 들어 3151대로 늘며 지난해 판매량(3439대)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1분기 점유율도 7%로 지난해 말(7.3%) 정도를 유지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 1~3월 굴삭기 1331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기간(2732대)의 48%에 그쳤지만, 4월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눌렸던 시장 수요가 4월 들어서 급증하는 상황"이라며 "고객 문의가 급증하고 있어서 고객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프로모션 행사를 통해 판매량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북미·인도 시장 타격은 2분기 정점 전망… "부양책 기대"

건설기계 업체들은 중국 시장의 회복세에 반기면서도, 북미·유럽·인도지역의 확산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북미, 인도 지역은 우한 코로나 확산세에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기계는 인도공장을 4월 초 2주간 닫고, 두산밥캣의 미국 공장도 이달 6~19일 닫을 예정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외 시장들은 우한 코로나 영향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에 따른 영향은 2분기가 정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두산인프라코어의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이 전년도 2분기 대비 22.8% 줄고, 현대건설기계는 28.5%, 두산밥캣은 14.8%(달러 기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은 중국처럼 다른 국가들도 인프라 투자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올해 중국 내 지방정부가 집행하는 경기부양책 규모는 7조6000억 위안(약 1345조원)에 가량이다. 이중 상당수는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집행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전 세계 시장의 산업이 위축되는 양상이지만, 주요 국가들의 경기 부양책들이 나오고 있다"며 "중국처럼 다른 시장들도 우한 코로나 확산이 줄어드는 대로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