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9일(현지 시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피해를 입은 회원국 경제 지원을 위해 5400억 유로(약 716조3000억원) 규모의 구제 대책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EU는 코로나 사태 대응에 총 3조2000억유로(약 4245조원)를 투입하게 됐다. 이는 국가와 권역별 코로나 대응 예산 중 세계 최대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AF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이날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구제기금 등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해 이 같이 합의했다고 전했다.
주요 대책에는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를 통해 피해를 본 회원국에 대한 저리 대출, 유럽투자은행(EIB)을 통한 기업 대출, 기업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급여 보조금 지원 등이 포함됐다.
ESM는 2012년 유로존 채무 위기 당시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유로존 국가를 지원하고자 세운 국제 금융기구다. 회원국에 긴급 구제를 위한 융자를 제공한다.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유로존 공동 채권인 이른바 '코로나 채권' 발행은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달 26일 ESM, 유로존 공동 채권 등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나 큰 입장차를 보이며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재무장관들에게 추가 논의를 맡겼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지난 7일 16시간에 걸쳐 밤샘 협상을 벌였으나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등이 유로존 구제 금융 조건과 '코로나 채권' 발행 문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합의에 실패하고 이날 회의를 재개했다.
결국 네덜란드가 지원 조건에 대한 입장을 완화하고 구제 기금은 코로나19 관련 비용에만 쓴다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한편 이번 합의로 EU가 긴급한 상황에서 공동의 대책을 내지 못하고 분열, EU 통합의 토대인 연대를 흔들고 있다는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합의 내용이 실행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EU 회원국 정상들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