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잇달아 기지국이 불에 타는 등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5G(세대) 이동통신을 통해 확산된다는 ‘음모론’이 퍼지자 영국정부가 ‘가짜뉴스’라며 진화에 나섰다.

영국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맞은편의 한 이동통신 기지국 수신기.

로이터 통신은 5일(현지 시각)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이 5G가 코로나를 확산시킨다는 음모론에 대해 "위험하고 터무니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부터 등장한 이 음모론은 5G 기지국에서 나오는 전파가 인간의 면역 체계를 무력화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5G 주파수를 타고 전파된다는 주장이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온라인상에 5G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나돌고 있다"며 "5G와 코로나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최근 영국 버밍엄·리버풀·멜링 지역 기지국에는 방화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통신관련 업무 종사자들은 5G 통신탑을 파괴하겠다는 협박전화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5G 관련 음모론과 연관돼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영국 최대 통신회사인 BT 소유의 버밍엄 기지국도 불에 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BT측은 "이곳은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2G·3G·4G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5G 서비스 장비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스테판 포이스 국민보건서비스(NHS) 영국 의료국장은 "5G 음모론은 최악의 가짜뉴스"라며 "휴대폰 네트워크가 우리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게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코로나 의료 대응에도 5G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이스는 "기지국들이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는 응급 서비스와 의료진들도 사용한다"며 "이런 긴급 상황에 사람들이 통신 시설을 고의로 훼손했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나고 넌더리가 난다"고 했다.

유럽 최대 통신사 보다폰은 이번 방화 사건들은 "국가 안보 문제"라고 규정했다. 닉 제프리 사장은 "이 어려운 폐쇄(lockdown) 기간에 일부 사람들은 응급 서비스와 NHS 및 기타 국가에 필수적인 연결성을 제공하는 네트워크에 피해를 주고 싶어 한다"며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퍼뜨리지 말아달라"고 했다.

영국 런던의 한 휴대폰 매장.

유튜브는 이에 따라 5G 기지국이 코로나를 퍼뜨리고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삭제하고 광고 수익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하기로 했다고 가디언이 이날 전했다. 그러나 5G 기지국과 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음모론을 다룬 동영상 업로드는 여전히 허용되는 상태다.

BBC는 음모론에 대해 "핸드폰 주파수가 몸에 해롭다는 아무런 과학적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음모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5G 네트워크가 이미 활성화된 나라가 코로나 확산이 보다 빨라야 하는데, 일본과 이란 등 5G를 아예 도입하지 않은 나라와 영국 내 5G가 도입되지 않은 도시에서도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존스홉킨스대 코로나 실시간 통계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영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4만8436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 수는 494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