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지방 미분양 아파트 물량을 없애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대출 이자 지원은 기본이고, 분양가를 인하하거나 분양가의 50%만 내도 입주할 수 있는 파격 혜택까지 내걸었다.
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부영주택이 경남에서 분양하는 ‘창원 월영 마린애시앙’은 분양가의 50%만 내도 입주할 수 있다. 잔금 50%는 입주 이후 최장 2년 동안 분할납부할 수 있고, 입주한 지 3개월 안에 잔금을 치르면 금액의 4%를 할인해준다.
창원 월영 마린애시앙은 부영주택이 지난 2016년 분양을 진행하다가 후분양으로 전환한 단지다. 올해 1월 청약을 진행했고, 입주도 이미 시작됐다. 선분양 당시보다 3.3㎡당 100만원 정도 싼 가격에 분양 중이다. 지난 16일부터는 원하는 동·호수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선착순 분양도 시작했다.
부영주택은 전남 나주 광주혁신도시에 들어서는 1400여가구짜리 ‘이노시티 애시앙’의 미분양 물량도 선착순으로 분양하면서 중도금 대출 무이자, 발코니 확장비 무료, 시스템 에어컨 무상 제공 혜택까지 내걸었다.
한화건설은 경남 거제에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 이름을 바꿔다는가 하면, 분양가를 낮추고 중도금 대출 이자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건설은 지난 2018년 하반기에 ‘거제 장평 꿈에그린’으로 분양을 추진했지만, 청약 수요가 거의 없자 지난해 말로 분양 시기를 미뤘다. 분양가도 첫 분양 때보다 3.3㎡당 50만원 정도 하향 조정하고, 단지명도 새 브랜드인 ‘포레나’로 변경했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금강종합건설의 충북 ‘증평 미암리 코아루 휴티스’는 759가구를 모집하는데 189명이 신청하는데 그쳤다. 금강종합건설은 아직 남은 물량을 분양하기 위해 분양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분양대금의 10%인 계약금도 1·2차로 나눠 받고, 중도금 대출 이자도 지원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많아 선분양 여건이 마땅치 않은 지역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후분양을 택하기도 한다. 에이치아이건설은 올해 3월 입주하는 ‘평창 엘리엇아파트’의 청약을 지난 2월 받았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을 보면 지방 미분양 물량은 3만223가구다. 이 중 3분의 1 정도가 경북(5436가구), 충남(5085가구), 강원(4168가구)에 몰렸다. 건설업계는 지역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지방 주택시장의 경우 분양 완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지방 사업장은 6개월 안에 계약이 100% 이뤄지면 분양이 잘 됐다고 볼 정도로 온도 차가 있다"면서 "시공사로선 중도금 대출 이자를 감당하더라도 공사 전에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최대한 받아 자금을 마련하는 편이 낫기 때문에 분양이 잘 안 되는 사업장은 분양가 조정이나 이자 부담 등을 감수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지방은 부산과 대구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분양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면 영업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일정을 늦춰 올 1월 분양한 충남 ‘당진 아이파크’도 3월까지 분양되지 않은 물량이 남았다.
온라인으로 대체한 수도권과 달리 실물 견본주택을 운영하는 곳도 많다. 지난달 금호건설은 ‘순천 금호어울림 더파크 2차’의 견본주택을 사전예약제로 운영했고, 중소 건설사인 원건설도 충북 청주에 분양하는 ‘탑동 힐데스하임’의 견본주택을 열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실거주 수요에 투자 수요까지 붙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부산이나 대구 등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면 예비청약자 수 자체가 적어, 대형마트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홍보물을 나눠주고 상담안내처를 운영한다"면서 "코로나 사태로 이런 대면 영업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중소 건설사들은 견본주택을 열어서라도 홍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