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석유업체 쉐브론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역사적 유가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면서도 배당금은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25달러(약 3만 1000원) 수준까지 떨어지고 석유회사들의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정리해고까지 검토하는 에너지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CNN은 쉐브론 역시 가능한 모든 대응책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불황에 대비해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더라도 배당금은 석유파동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쉐브론은 캘리포니아주 샌 라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전 세계 직원 수는 5만2000명(2017년 기준)이며, 지난해 매출은 약 166조원이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장기 불황 예측까지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곤두박질쳤다. 더군다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공급을 늘려 유가전쟁까지 촉발되자 세계 원유시장은 전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이같이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다수의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배당을 줄이거나 포기했다. 미국 최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은 지난 23일 거의 80년만에 처음으로 배당을 중단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지난주에, 메이저 광산업체인 프리포트 맥모란도 이번주부터 배당을 중단했다. 미국 최대 석유회사 중 하나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은 축적된 부채로 인해 이미 이달 초 86%의 배당금을 삭감한 상태다.
유가 침체기가 본격화되면서 쉐브론은 10억달러의 경비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마이클 워스 쉐브론 최고경영자는 쉐브론이 이번 사태 훨씬 전부터 계획했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리해고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석유파동에도 쉐브론 재정의 우선순위는 그대로일 것"이라며 "배당은 우리의 최우선순위이고 우리 주주들은 배당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쉐브론은 1879년 설립된 쉐브론은 1934년 대공황 이후 단한번도 배당금을 삭감하지 않았다. 올해 1월 말까지도 쉐브론은 배당금을 8%까지 올리면서 3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쉐브론은 유가폭락으로 인한 석유회사 도산을 막기 위한 연방정부의 지원은 거부했다. 마이클 워스는 "쉐브론은 구제금융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유가 안정을 위해 공급을 제한하는 것은 자유시장 원칙에 반하는 일이며 비효율적인 기업들이 생겨나는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