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는 한국은행이 사실상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처음 미국과 통화스와프 라인을 뚫을 때는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발로 뛰었다. 이번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부총리 명의의 '자필 편지'를 보낸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통화스와프 라인 재개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은 지난달 말쯤이다. 19일 복수의 금융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2~2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에게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의사를 밝혔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고 경제 충격이 본격화돼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막 뚫고 오를 때였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회견에서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상당히 훌륭한 안전판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통화스와프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2008년 당시엔 우리나라가 신흥국 중 처음으로 미국과 스와프 라인을 개설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다"며 "그때 한번 뚫어놓은 채널이 있어서 이번에는 비교적 대화가 수월했던 편"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엔 미 연준이 한국 등 여러 나라와 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크게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세계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품귀 현상이 벌어져, 연준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아도 주가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함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