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일요일인 15일(현지시각) 비정기회의를 열고 금리를 100bp(1%포인트) 인하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증시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16일 오전 10시 27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소폭 오르고 있고, 다우지수 선물은 5%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정부의 공매도 금지 대책에도 당분간 공매도 포지션을 해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홍콩에서 근무하는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한국시장의 경우 종목 개별 선물이나 지수 등을 통해 하락에 베팅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공매도가 금지된다고 해서 바로 공매도를 청산하는 글로벌 헤지펀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이 완연히 반등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면서 "증시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아 우리는 내부적으로 금융위기급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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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금융위기? 실물위기?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급락이 2008년 당시의 글로벌 금융위기급이라고 보는 이들은 회사채 미상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동산 가격 급등 및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금융기관 부실이 문제였다. 금융 외 기타 실물 경제는 큰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관광업과 요식업을 시작으로 유전, 정유업체 등으로 위기설이 옮겨붙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문제가 아니라, 빚을 갚을 능력 자체를 상실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했다.

이때문에 FOMC의 ‘빅컷(금리의 큰 폭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실망하고 있다. 연준이 회사채 매입을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었으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번 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하이일드(고위험채권) 스프레드는 상승했다"면서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불안에 휩싸여 금융 취약 계층엔 자금을 넣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매입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2008년에도 연준이 부실화된 주택저당채권(MBS)을 직접 매입하고 나서야 진정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②트럼프 원맨쇼도 어려워

미·중 무역분쟁 당시와 달리 지금은 미국 대통령조차 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경기 부양책은 의회가 논의해야 하고, 금리는 연준이 결정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시 돋친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것뿐이다.

한 매니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이후 증시 참여자들은 원맨쇼에 익숙해졌다"면서 "지금은 누군가 한명으로 인해 반등할 수 없는 상황이라,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라고 했다.

③국제 공조가 안된다

금융위기 때와 달리 각국이 돌출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러시아가 오펙플러스(OPEC+, 석유수출국기구 가입국과 미가입국의 회의)에서 감산 거부에 나선 것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보복성 증산 결정, 미국의 유럽 출국자 입국 거부와 12일(현지시각)에 있었던 유럽중앙은행(ECB)의 예상 밖 금리 동결 등을 두고 국제 공조가 잘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④소비, 원상회복 가능한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최근 투자자 레터에서 "코로나19가 끝나면 보복적 소비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사회 분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저녁식사 자리는 앞으로도 예전만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요식업이 안 좋아지면 상업용 부동산시장 등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항공, 여행업계 종사자들 또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사업이 곧바로 정상화될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집단 및 인종차별이 노골화되는 분위기라 당분간 수요가 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소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사업가는 "여행업은 상당한 저마진 산업인데 리스크 또한 높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깨달았다"며 "전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에 청산을 검토하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