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미뤄진 영화 50편… 신작 빈자리, 히트작 재개봉으로 채워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최악의 보릿고개를 맞은 극장가가 개봉이 미뤄진 신작의 빈자리를 재개봉작으로 채우고 인력을 줄이는 등 버티기에 들어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우한 코로나 사태 여파로 극장가를 찾는 관객 수가 급감하면서 신작의 개봉 연기가 잇따르고 있다. 3∼4월 개봉을 추진했다가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한 영화만 50편을 넘어선 상황이다.

왼쪽부터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진행 중인 재개봉 기획전 포스터.

극장가는 자구책으로 재개봉 카드를 들었다. ‘이가 없어 잇몸으로라도 버틴다’는 모양새다. CJ CGV(079160),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는 일제히 재개봉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3사 모두 일반 상영 기준 5000원이다.

CJ CGV는 지난 5일부터 ‘누군가의 인생영화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과거 흥행작 130편 중 관객들의 최다 신청 받은 영화를 선정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재상영한다. 지금까지 ‘스타 이즈 본’, ‘말할 수 없는 비밀’, ‘포드V페라리’, ‘조커’, ‘살인의 추억’, ‘메멘토’ 등을 재개봉했다. 오는 16일에는 ‘쉰들러 리스트’, ‘그린북’, 19일에는 ‘테이큰’과 ‘존 웍’을 상영할 예정이다. 이외에 CJ CGV는 ‘해리포터 아즈카반의 죄수’와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특별상영관 4DX에서 재상영한다.

롯데시네마도 지난 5일부터 ‘힐링무비 상영전’을 선보이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 ‘그린북’, ‘아이 필 프리티’, ‘원더’ 등을 재개봉했고, 12일부터는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줄 음악 영화’라는 주제로 ‘스타 이즈 본’, ‘비긴 어게인’,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어거스트 러쉬’ 등 5편을 상영 중이다. 이와 함께 인도 빈민가 소년이 퀴즈쇼에 출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단독 재개봉한다. 오스카 8관왕을 비롯해 전 세계 88관왕에 오른 영화다. 아울러 슈퍼 4D 특별관에서는 ‘해리포터 아즈카반의 죄수’도 상영 중이다.

메가박스는 ‘명작 리플레이 기획전’을 마련했다.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수상작이나 후보작 등 세계적 영화제가 주목한 영화 14편을 재개봉한다. ‘로마’, ‘두 교황’, ‘결혼 이야기’, ‘나이브스 아웃’,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겟 아웃’, ‘스타 이즈 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그녀’, ‘스포트라이트’ 등을 차례로 상영한다. 이번 기획전은 전국 50개 지점에서 각 상영 스케줄에 따라 진행된다.

지난달 26일 4D 버전으로 재개봉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와 이달 12일부터 롯데시네마가 단독 상영 중인 ‘슬럼독 밀리어네어’.

재개봉은 흥행력을 입증한 영화가 대부분이어서 관객의 이목을 끌기 쉽다. 또 이미 판권을 보유해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도 적다. CGV 관계자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경우 지난달 26일 재개봉한 이후 4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며 "신작 개봉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콘텐츠 라인업 확보를 위해 재개봉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업계는 국내 미개봉된 외화 수입을 위해 영화수입배급사협회와 협의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극장가를 찾는 관객의 발길은 여전히 뜸하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2일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총 4만2703명에 그쳤다. 코로나 사태로 하루 관객수 10만명대가 무너진 데 이어 4만명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지난 10일 관객수는 영진위가 하루 관객수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인 4만2165명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극장들은 상영 회차를 줄이거나 일부 지역의 상영관 운영을 임시 중단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인력 조정도 이뤄지고 있다. 멀티플렉스 3사는 극장 운영에 필요한 아르바이트생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한 상태다. 기존 인력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메가박스는 계약 기간이 1개월 이상 남은 근로자가 동의할 경우 근로 계약 중도 해지와 퇴직을 진행한다. 계약 중도 해지로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위로금 30일치를 지급한다.

업계에서는 체념에 가까운 반응이 나온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책도 소상공인 중심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기조차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업계 전반이 힘을 합쳐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내는 게 최선이라는 분위기"라고 했다.